할아버지와 어린이날

글적긁적

by 꿈부자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였다.

명목은 어버이날 저녁으로.

아내와 아이와 아버지, 어머니.

오붓한 저녁.


식사가 얼추 끝 나갈 즈음 눈치 빠른 아들 녀석이 곤한 잠에서 깨어났다.

컨디션이 좋은지 푹 자서 좋은지 할아버지를 보고 방긋, 할머니를 보고 방긋

연신 미소를 날린다.


아버지는 금세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 장난감을 사줘야겠다며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가자고 나서셨다.


어린이날과 주말이 겹쳐서인지 평소보다 더 긴 기다림 속에 주차장에 들어섰고

아들은 어린이날이 무슨 날인지 아는 듯 들떠 있었다.

고작 이백일도 안된 녀석이.

아버지는 손수 유모차를 밀며 손자가 신나게 옹알이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셨다.


마트 주차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아버지는 밀던 유모차를 아내에게 맡기고 유모차 앞에 서 계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 카트는 홈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는데, 유모차는 홈이 없어 행여 미끄러지면 자기가 몸으로 막겠다고 서계신다는 거였다.

'아'

아버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가장의 모습으로 내 앞에 계셨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늘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던 그 아버지.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어버이날을 위한 저녁.

주객의 전도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부모님을 위한 날이 손자를 위한 날이 되고 나를 위한 날이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직도 난 어린이란 것을.

아버지에게 사랑만 받는,

사랑을 드릴 줄 모르는, 철없는 아이.


함께하고 싶다.

더 오래 철없는 아이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 아이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것처럼.


오늘도 그렇게 난 아버지의 뒤를 따른다.

사랑합니다.란 말을 가슴에 품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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