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구석에 있던 상자를 찾았다.
창고에선 보이지 않았는데 문 밖을 나서니 상자 위로 움직이는 거미 한 마리
질겁하며 박스를 흔들었지만 상자테이프에 일부 몸이 붙었는지 흔들거리기만 했다.
더더욱 몸서리치며 흔들자 그는 꽃이 되어 하늘 위로 날아갔다.
실거미인 줄 알았던 민들레 홀씨.
호호 불 때만 예쁜 줄 알았는데 기겁한 내 몸짓에도 예쁘게 날아가 주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살다보면 모든 게 꽃일 수도 있는데
어제의 내 마음은 거미가 먼저 떠올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