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모든 지 할 수 있는 어른이 부러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제는 아침 일찍 아이들을 등교와 등원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 녀석들을 언제 키우나 하는 푸념 아닌 푸념으로 학교와 유치원을 보내고 출근을 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잘 다녀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애교를 부릴 때는 너무 빨리 커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잠깐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업무 전화에 그 마저도 금방 잊어버렸다.
오후에 부장님의 둘째 형님분이 돌아가셨다.
연세가 많긴 하셨다며 애써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 그럼에도 부모님 다음으로 형제이기에 그 슬픔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아버지까지 몸이 좀 이상하다는 말에 인근 병원에 갔다 응급실까지 모시고 갔다.
간호사가 아버지의 성함과 연령을 확인하는데 그때서야 아버지의 나이 듦이 와닿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보고 매일매일 짜증내며 매일매일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전날 밤에 무심코 같이 자리한 거래처 사장님과 대화 중에 부모님 얘기가 나와서 술김에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잘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드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니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난 아직도 아버지의 철없는 아들일 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겁쟁이인데 말이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을 챙기고 잠에서 깨지 않은 아이들에게 뽀뽀하며 말했다.
조금 천천히 커도 된다고, 우리 조금씩 천천히 가자고.
할아버지와 아빠도 천천히 나이를 먹을 테니, 조금만 더 천천히.
아버지, 이제부턴 진짜 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