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은 나를 숨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내가 어제 가면을 벗은 나를 마주했다.
식당에서.
나는 앞서 도시정책시민계획단에서 활동을 했다.
현 직장에서 일하기 전 전통시장 콘텐츠 기획도 하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한 이력으로 추천받아 임기 마지막에 어째 어째 부위원장까지 되었다.
하지만 어제의 나는 시청에 가면 인사받던 부위원장이 아니라 건설기계 부품을 납품하는 일개 직원이었다.
부끄러웠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밥을 먹는데 함께 활동했던 이의 뒷모습을 보며 행여나 날 알아볼까 창피했다.
옷차림은 평소보다 더더욱 누추해 보였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밥을 삼키듯이 먹고 재빨리 나왔다.
어제 식당의 나는 콘텐츠 기획자이자 전문위원의 나는 분명 아니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본사의 매출 압박과 거래대금 관리에 진종일 힘을 빼고도 그 여운은 계속 남았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싶은 것일까?
자아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말 또한 사치처럼 느껴지는 지금,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평소처럼 일어나 옷을 입고 어제완 달리 운동도 하고 단정히 옷을 입고 출근을 했다.
평소에 바르지 않은 로션과 왁스를 바르며 조금은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고자 해 본다.
먼지 쌓인 부품들을 나르며 작은 사업을 하지만 식당에서 날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도록 나란 사람을 좀 가꾸긴 해야겠다.
내면도 외면도.
가면 따위 애초에 쓰지 않았음을 상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