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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Jun 16. 2020

한 그릇의 쌈 같은 만두전골

조랭이떡은 조선을 증오하는 마음이다.

 만두를 안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만큼 만두는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는다. 중국에서 제갈공명이 남만 토벌 당시 강의 풍랑을 잠재우기 위해 사람의 머리 형태로 빚어내 만두를 제물을 바쳤다고 알려진 만두는 오래된 기원처럼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구워 먹고 쪄먹고 튀겨 먹는 만두를 물에 빠뜨려 먹는 문화는 한국 고유의 탕반 문화이다. 물론 중국의 훈툰면이라고 하여 만둣국과 유사한 음식이 있으나 건더기만 건져먹어 탕반 문화는 아니다.      


만둣국은 우리에게 참 친숙한 음식이다. 사골국물 육수에 만두 몇 알 넣고 후추 두 번 뿌리고 김가루로 고명을 올리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둣국을 만들 수 있다. 밥 대용으로 떡을 넣은 떡만둣국도 훌륭한 점심메뉴이다. 만두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만두소 안에 어떤 재료를 넣어도 잘 어울려 다양한 만두가 파생되었는데, 김치가 들어간 김치만두, 밀가루만 묻힌 굴림만두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밀 경작권인 북한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만두를 즐겨 먹었는데 꾕고기로 만든 꾕만두, 두꺼운 피에 크기가 큰 것이 특징인 평양만두, 담백한 맛이 특징인 개성만두가 유명하다. 또한, 어복쟁반 등 다양한 북한 음식에서도 쉽게 만두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개성만두를 넣고 끓인 만두전골을 좋아하는데, 인사동에 갈 때면 빔구르맘에 선정된 이 집을 꼭 간다. 당근, 배추, 버섯 등 다양한 채소를 넣고 끓인 야채 육수에 만두를 넣어 한소끔 끓여 먹는다. 채소육수는 깔끔하며 건강해지는 느낌인데 이 육수에 넣는 직접 빚은 만두는 다양한 채소와 두부 고기가 밸런스 있게 맛을 내고 있다. 만두를 먹기 좋게 숟가락으로 자르고 채소 건더기를 얹어 먹으면, 만두피 안에 있는 고기의 식감과 만두피, 야채가 어우러져 쌈을 싸 먹는 느낌이 있다. 개성 만두전골의 특징은 가래떡이 아닌 조롱이떡을 넣어준다는 점이다. 쫄깃한 식감의 조롱이떡을 떠먹는 것도 개성만두전골의 재미 중 하나이다.     

(사진출처: 흩날리는 벚꽃처럼, 개성만두궁의 만둣국 사진)

 설날 떡국을 먹듯이 북한에서는 만둣국을 먹는다. 날씨가 추워 쌀이 잘 자라지 않아, 쌀 대신 밀을 주로 경작한 북쪽 지역에서는 떡처럼 쌀로 만든 음식이 귀했다. 그래서 한입에 쏙 들어가는 형태로 떡을 만들었는데, 무사기원과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롱박 형태의 조롱이떡과 만두를 넣은 만둣국을 새해 첫날 먹는다. 새해 첫날이라도 잘먹어야 일년을 안굶는다고 생각한 개성사람들은 만두굿 한그릇에 없는 형편에도 마음만은 넉넉해 질수 있도록 정성과 지혜가 담긴 만두와 떡을 넣었다.      

(사진출처: 강서구사진관, 조랭이떡 사진)

사족

조롱이떡의 개성지역의 전통 떡으로 패망한 고려의 도읍지 개성에서 조선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목을 조르듯 썰어 놓은 가래떡을 비틀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필자도 조랭이떡으로 알고 있었으나, 조롱이떡이 표준어라고 한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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