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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Jun 12. 2020

부드러운 옛날 통닭

바삭하진 않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운동한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만큼 좋은 위로는 없다. 특히 그 안주가 치킨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더구나 여기는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보다 많은 치킨집을 가진 치맥 강국 대한민국이다. 경쟁이 심하면 더 독창적인, 더 좋은 제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치즈가루가 올라간 뿌링클부터 자메이카 치킨까지 다양한 치킨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그래도 멜론맛 치킨은 너무했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치킨은 특이하게도 사또치킨의 순살 후라이드 치킨이다.


 이 집 치킨은 그렇게 바삭하지도 특별한 시즈닝도 되어있지 않다. 반죽을 묻힌 후 튀김가루를 다시 묻혀 컬을 만들지 않고 투박한 옛날 치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너무 두껍진 않지만 야들야들한 속살을 잘 감싸고 있는 튀김옷에서는 빵과 같은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너무 기름지지 않은 튀김옷 때문에 맥주를 마셨을 때 술술 넘어간다. 치킨의 기름진 맛을 잊기 위해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닌 맥주 안주로 제격인 치킨이다. 그리고 튀김옷에서는 후추향이 살짝 나며, 매콤하게 염지 된 닭은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그리고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케첩 베이스의 양념치킨 소스이다. 갈 때면 꼭 추가하게 되는 마성의 소스인데 다진 마늘, 케첩, 간장, 등을 섞어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 달지도 않고 토마토 맛과 마늘 맛이 느껴지는 이 소스는 얇은 빵속에 있는 치킨의 포텐셜을 극대화해준다.

(사또치킨의 순살 후라이드와 양념)

 국민적 사랑을 받는 치킨은 사실 논란도 많다. 치킨과 맥주는 상극인 음식으로 같이 먹으면 다음날 속이 안 좋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만큼 확실한 행복도 없다.) 또한, 치킨은 맛이 없는 음식이라는 황교익 선생님의 발언도 있었다. 그 발언의 요지는 치킨이 닭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튀김옷과 다양한 소스로 먹는 음식이다. 만약 닭이 맛있다면 이렇게 다양한 맛의 치킨이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후라이드 치킨이 느끼하여 항상 남기는 모습을 보고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치킨을 처음 만든 나라이다. 기본적으로 느끼한 것을 즐겨먹지도 않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문화라고 생각한다.


 식재료가 풍부한 편이 아니어서 삼겹살을 먹어도 여러 채소에 싸 먹는 식문화에서는 기름을 떠먹는 감바스나 동맥경화가 걸릴 것 같은 기름진 음식들은 몸에서 받지 않았다. 튀겼으니 당연히 맛있으나, 한 마리를 먹기에는 물린다. 그래서 간장부터 마라까지 다양한 양념이 발달했다. 그러나 치즈가 뜨면 치즈 가루가 듬뿍 들어간 치킨이 마라가 트렌드가 되면 마라 치킨이 나와 기본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기본에 충실한 옛날통닭에 마늘이 듬뿍 들어간 소스에 찍어먹는 후라이드가 당길 때가 있다. 그 시절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게 만들어기에 의심할 여지없이 맛있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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