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놈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청춘 그놈
손이 저절로 주름질 리가 없다
끝 모를 농사 수 년
때 이른 통증 수 번
꾹 누른 청춘 그놈
청춘 저 혼자 도망갔을 리가 없다
뜻 모를 서러움 삼켰을 수 밤
속 곪은 감내 수십 년
저 멀리 통곡의 긴 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곱씹어 읽을수록 왜 흘러간 세월이 야속한 엄마의 청춘이 떠올랐을까?
장석주 시인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마냥 그 시간을 되돌리고픈 건 아니나 검은 머리카락보다 허연 머리카락이 뒤덮인 엄마를 마주할 때면 간혹 내가 더 억울하달까?
혹여 엄마의 전철을 밟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인데도 말이다.
희생이나 올인과는 거리가 먼 "엄마"라는 자리에 걸터앉아 있다.
훗날 엄마의 부재를 그리워하지 말고 전화 한 통으로 엄마 목소리에 나의 하루를 얹어 사랑을 속삭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