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모방시 / 장석주 - 대추 한 알

청춘 그놈

by 한 줄이라도 끄적

엄마의 모방시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청춘 그놈



손이 저절로 주름질 리가 없다

끝 모를 농사 수 년

때 이른 통증 수 번

꾹 누른 청춘 그놈



청춘 저 혼자 도망갔을 리가 없다

뜻 모를 서러움 삼켰을 수 밤

속 곪은 감내 수십 년

저 멀리 통곡의 긴 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곱씹어 읽을수록 왜 흘러간 세월이 야속한 엄마의 청춘이 떠올랐을까?
장석주 시인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마냥 그 시간을 되돌리고픈 건 아니나 검은 머리카락보다 허연 머리카락이 뒤덮인 엄마를 마주할 때면 간혹 내가 더 억울하달까?
혹여 엄마의 전철을 밟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인데도 말이다.
희생이나 올인과는 거리가 먼 "엄마"라는 자리에 걸터앉아 있다.
훗날 엄마의 부재를 그리워하지 말고 전화 한 통으로 엄마 목소리에 나의 하루를 얹어 사랑을 속삭여보자~


keyword
월, 수, 토 연재
이전 02화아들의 자작시 / 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