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그립단다!

by 세둥맘

딸들아! 엄마도 엄마가 그립단다. 엄마의 엄마 즉 너희들의 외할머니는 엄마가 여덟 살 때 돌아가셨단다. 그리고는 지금의 외할머니인 새어머니가 들어오셨지. 너희들은 신데렐라나 콩쥐팥쥐 이야기에 나오는 새어머니를 상상하는 건 아니겠지? 엄마는 신데렐라나 콩쥐처럼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집안일을 하고 그렇지는 않았단다. 엄마가 더 상전이었지. 엄마에게는 든든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방패막이가 있었지. 그래서 새어머니가 더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함부로 대하지 못했어. 그리고 너희들도 알다시피 엄마가 좀 범생이잖니? 그래서 새어머니 눈에 날 행동은 잘하지 않았어. 새어머니 눈치 보면서 기분 맞춰드리는 행동을 많이 했지. 그래서 엄마가 눈치가 빠르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지. 어렸을 때부터의 고도의 훈련 덕분이랄까? 그렇지만 뭐 이건 험난한 사회생활하는데 덕이 되면 되었지 나쁜 건 아닌 것 같아!


엄마는 너희들에게 엄마의 가정사를 일부러 말하지 않았어. 가족이라는 게 너무 가까운 사이고 매일 부대끼는 사이다 보니 정작 마음속의 속내는 말하지 않고 살게 되더구나! 엄마가 일부러 말하지도 않았는데 눈치 빠른 큰언니는 다 알고 있더구나! 외할머니가 엄마의 친엄마가 아니고 새어머니라는 것을! 그리고는 엄마한테 말하지도 않았어. 다 알고 있다고. 아마 명절에 외갓집을 갈 때마다 엄마가 안절부절못하고 외할머니 눈치를 보고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외할머니가 어느 날은 외갓집에 오지 말라고 그럴 때 이미 눈치를 챈 것일까? 재작년 설날 외할머니가 엄마를 붙잡고 두 시간 가까이 신세한탄을 하는 걸 다 들어서 이제는 막내도 알아버렸겠지. 엄마의 아픈 가정사를 말이야. 왜 엄마는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너희들 앞에서 항상 씩씩하고 당당한 엄마로 있고 싶어서였을꺼야. 엄마의 아픈 모습을 너희에게 보여주기가 싫었겠지?


엄마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살뜰한 잔정을 모르고 자랐어.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웠던 엄마는 모든 걸 엄마가 알아서 처리하곤 했어. 그래서 너희들한테도 엄마 노릇을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항상 조심스러워. 다른 집 엄마처럼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하는 것 같고, 워킹맘이라 잘 챙겨주지도 못 하잖아. 사랑받고 큰 사람이 사랑도 주는 법이라고 하는데, 엄마는 엄마의 사랑을 잘 못 받고 자라서 엄마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사실은 몰라. 그래서 너희들도 엄마에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이런 엄마를 좀 이해해줘.


엄마는 어릴 때도 엄마가 그리웠지만 이렇게 딸을 셋이나 둔 엄마가 되니 더욱 엄마가 그리워지는구나. 큰딸을 낳았을 때도 달려와주는 엄마가 없었어. 외할머니가 택배로 보낸 기장미역은 몰래 버린 기억이 나. 소심한 복수지.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미역국 한번 끓여주신 적이 없었거든. 그래도 엄마는 외할머니를 미워하는 마음은 없어. 외할머니도 알고 보면 불쌍한 인생이거든. 고모는 딸이 애가 아프다고 전화를 하면 한달음에 대구에서 경기도까지 달려간다고 하더구나. 엄마는 너네들이 아플 때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에는 아이돌보미 할머니 집에 맡겨놓고 도망치듯 출근하기도 했어. 다른 집은 친정에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준다고 하는데 엄마는 그런 친정이 없었지. 그래서 엄마가 모든 걸 해결해야 했어. 그래서 엄마가 워킹맘인데도 못 하는 음식이 없잖니? 곰국도 끓이고, 팥죽, 호박죽에 식혜까지, 김치도 담고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되기까지 엄마는 항상 엄마의 빈자리로 마음이 시렸단다. '나이 들수록 엄마의 빈자리가 더 커지는 법이야.' 누군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어. 그 말을 절절히 느끼는 세월이었어.


엄마가 아플 때 더욱 그랬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병원에서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 되었는데, 퇴원하고 집에 오니 모든 집안일이 내 차지였어. 긴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누구 하나 챙겨주는 사람 없었지. 인터넷을 뒤져 좋다는 음식을 찾아서 해 먹고 너희들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했어. 엄마라는 존재는 아파도 마음대로 아플 수가 없나 봐.


엄마는 잘 알고 있어. 인간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을 말이야. 친엄마가 있어도 자주 보지 못하고 살 수도 있고, 남보다 더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법이거든. 그래서 엄마는 말이야. 너희들에게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싶어. 너희들이 결혼할 때,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애들을 키울 때, 언제든 달려가서 도와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해. 엄마도 그런 엄마가 무척 그립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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