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혼자 이고 싶어!

by 세둥맘

주말부부인 남편이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방 한 칸짜리 원룸에서 살았다. 넓은 거실이 있는 아파트에서 지내다 방 한 칸짜리에서 지내자니 답답했나 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대출을 좀 받아서 임대아파트로 옮겨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임대아파트 대기 순서가 많이 밀려서 잘 안될 것 같단다. 혼자 살기에는 저층도 괜찮으니 비선호층인 1,2층을 신청하라고 말해주었다.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1층 방 2개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혼자 이사를 하고는 사진을 보내왔다. 아파트는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지은 거라 그런지 아담하고 깨끗했다. 방에 가구도 별로 없어서인지 더 넓어 보였다. 남편은 방이 2개라 식구들이 다 내려와도 편히 잘 수 있다고 좋아하였다.


사진을 보고는 큰 딸이 말한다.

"우와, 아파트 좋은데. 아빠 부럽다. 내가 거기 가서 살고 싶다!"

"엄마도 혼자 살고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큰 딸은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큰 딸은 올해 2월 초 열심히 공부한다고 대학교 앞에 방을 잡아 달라고 했다. 며칠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서 학교 근처에다 반지하로 원룸을 계약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수업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급기야는 짐을 싸서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다달이 방 값은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딸의 말은 혼자 사니 삶의 질이 떨어진단다. 그리고 밤에 자꾸 악몽을 꾸게 된단다.


나도 십 년 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로 발령이 나면서 방 한 칸짜리 관사에서 산 적이 있다. 그때 일곱 살 먹은 막둥이를 함께 데리고 갔다. 혼자 살기가 적적하고 겁도 나고, 일곱 살 먹은 막내를 혼자 떼놓고 오는 것도 마음 아파 내가 데리고 있기로 했다. 퇴근하면서 막내를 데리고 오층 관사로 들어오면 참 적적한 마음이 들었다. 내 책도, 내 책상도 없이 침대와 화장대, 헹거만 덩그러니 놓인 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있곤 하였다. 나도 그 방에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고 새벽이면 옥상에서 바람소리에 무언가가 부딪혀 덜거덕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곤 하였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막상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다. 혼자 살면서 익숙하지 않은 적막감과 공허함에 잠을 뒤척였으면서 또 이렇게 세월이 지나니 또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설 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호텔 방에 혼자 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줄거리가 생각난다. 코로나로 집콕하는 식구들과 아웅다웅하는 삶에서 잠시 도망가고 싶어 진다.


혼자 있고 싶다는 건 단순히 혼자 있고 싶다는 의미는 아닌 듯하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아내로서의 의무감을 훌훌 벗어버리고 자유부인이 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세아이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나 자신과 오롯이 대면하고 싶은 것이리라! 나의 내면이 내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그립다. 잠시나마 세둥맘의 일탈을 상상하며 행복해진다. 그러나 현실은 또 전쟁이다. 내일부터 월요일! 또 다른 쳇바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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