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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l 26. 2023

떡볶이 먹고 싶은 날

떡볶이가 유난히 당기는 날이 있다. 가슴속이 매운 떡볶이처럼 뻘겋게 타들어가거나 머릿속이 즉석 떡볶이처럼 여러 실타래로 엉켜있을 때가 그런 날이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잰걸음으로 떡볶이집을 찾아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내가 점찍었던 맛집이었는데 그 집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 것이었다. 여기쯤이면 간판이 보일 텐데 하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보았지만 허사였다. 벽에 붙어 있던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던 떡뽁이사진부터 시작해서 간판, 가게 안 빼곡했던 집기들까지 모두 사라져 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다른 분식집을 들러 라볶이를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역시 예상한 맛이 아니었다. 


올해는 학기 초부터 각종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 왜 녹색학부모회를 없앴느냐? 왜 체험학습 차량 탑승 장소를 옮겼느냐? 급식이 왜 이렇게 맛이 없냐? 가장 하이라이트는 학부모 대의원회의 때 학부모회에서 만들어온 피피티를 보면서 불만사항을 말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그것을 본 선생님들은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그것을 참고 다 들으셨냐며 선생님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생각 비우기 즉 머리 비우기 연습을 틈틈이 해온 터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이다. 아니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그때그때 대처를 했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참 안쓰러웠나 보다.


녹색학부모회를 없앤 것에 대해 한 학부모가 교육청에 항의 전화를 하고 신문사에 제보까지 한 모양이었다. 모 지역 신문사 기자에게서 계속 전화가 왔다. 참다 결국에는 통화를 했다. 기자님도 조사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녹색학부모회가 없는 학교가 더 많다. 지원자가 없어 맞벌이부모에게 역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녹색 봉사를 하는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생길 지경이다. 우리 학교는 학부모 여론 조사 등 절차에 따라 없애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시니어 봉사단에서 교통을 서고 계신다. 기자에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나중에 학교 우수 교육활동에 대한 특별 기사를 취재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물론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한 학기 동안 고생한 급식실 조리실무사님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처음에는 급식이 맛이 없다는 민원 때문에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느냐? 그래도 이제는 학교급식에 대해 만족도가 높아지고 신뢰도가 높아져서 다행이다. 그동안 고생하였다.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러자 조리장님이 말씀하셨다. 영양사선생님이 정말 맘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애쓰시느라 입술에 백태까지 생기셨다고 하였다. 그랬구나. 다들 너무 고생하셨구나! 그래도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어 다행이라며 서로를 위로하였다.


어제는 모 단체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 교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어 왔다.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사건이 있은 후 다음날 학부모가 사과를 했고 학생은 전학을 간 상태라 담임선생님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셨다는 말도 전했다. 변호사 말에 의하면 다른 학부모가 중앙 방송국에 제보를 했고 아마 연락이 올 것이니 잘 대처하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바로 교감선생님과 함께 대처방안을 논의하면서 사건경위서를 작성하였다. 혹시라도 올 언론사에 대한 민원대처용이었다. 


이렇게 한 학기를 마친 날! 나는 미치도록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쫀득하고 오동통한 떡에 매콤하면서 달콤한 양념을 휘휘 감아 입안 가득 오래도록 꼭꼭 씹어 먹고 싶어졌다. 거기다 야채튀김이나 오징어튀김까지 곁들이면 금상천화이다. 오늘은 교장 총연합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도 대문짝만 하게 게시를 해놓은 상태다.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말없이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더 이상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일이 2학기에는 좀 덜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나도 이런 일로 더 이상 떡볶이가 먹고 싶은 날이 없었으면 한다. 왜냐면 떡볶이는 다이어트에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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