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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30. 2020

천연염색에 삶을 물들이다

천연염색에 푹 빠진 선배가 있다. 오늘은 그 선배를 초대해 천연염색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잠깐의 강의였지만 천연염색은 전자파로 찌든 현대인에게 자연이 주는 위로와 선물 같은 것이었다. 자연에서 온 재료인 순면이나 실크를 소재로 역시 자연에서 온 여러 가지 재료를 가미해서 염색을 하는 것이다. 이 때도 인공적인 색상보다는 자연이 주는 여러 가지 소재가 주는 자연스러운 색깔을 제공해준다.


오늘 강의를 하러 온 선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작품으로 도배를 하고 나타났다. 천연염색으로 만든 모시 모자, 천연염색으로 만든 인견 원피스와 스카프, 천연염색으로 만든 인견 가방, 거기다 최고봉은 천연염색 마스크였다. 완벽한 천연염색 콜라보였다.


항상 선배의 강의는 그렇듯 오늘도 천연염색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삶은 온통 천연염색으로 물들어있음을 금방 감지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은 황토흙으로 염색한 잠옷을 입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약초로 염색한 보자기로 밥상을 덮으면 약초의 강한 냄새가 벌레를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인공적인 문물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찌든 스트레스를 자연에서 온 소재를 재료로 한 천연염색이 보듬어 주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휴대폰, 컴퓨터 등의 전자 물질로 마음과 몸이 병든 현대인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그중 하나의 방법이 바로 천연염색인 듯하다.


오늘은 천연염색으로 실크 스카프 만들기가 강의 주제였다. 자연이 주는 독특한 풀 내음이 나는 실크 스카프를 하나씩 선물처럼 받고 강의를 마쳤다. 내가 주선한 강의였기에  천연염색 마스크와 브로치, 밥상보를 선물 받았다.

자연 풀향 마스크
천연염색 브로치
약초 염색 밥상보

자연 풀향 마스크의 제작 방법을 공유해본다.



자연 풀향 마스크는

1. 누룩+조청+막걸리와 국산 쪽+조개껍데기 태운 석회로 전통기법 염색한 쪽 원단 사용

2. 쪽은 강력한 해독작용, 항균작용 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암작용이 있음

3. 기본 쪽 염색 후 여드름과 오래된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 치자 염색+살균작용과 항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황백 염색+쑥염색 원단을 사용하며

4. 마지막으로 해쑥과 민들레 등 새싹즙에 하룻밤 재워 사용함



선배의 손은 항상 손에 물이 마르지 않는 천연염색으로 손끝이 갈라지고 진한 염색물이 손끝에 배어 있었다. 예쁜 손은 아니었지만 세월이 만들어낸 장인의 손이었다. 선배의 꿈은 퇴직 후 천연염색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마 선배의 열정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으리라. 무언가에 꽂혀서 열정을 불태운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의 꿈을 응원한다. 퇴직 후에도 열정을 불사르며 천연염색 박물관에서 열띤 강의를 할 선배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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