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술을 안 마신다. 이 나이가 되도록 술에 취한 적이 거의 없다. 젊었을 때는 술이 맛이 없어서 마시지 않았다. 약보다 더 쓴 소주를 마시면서 '캬'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이 신기하였다. 맥주는 맛이 맹숭맹숭, 달지도 짜지도 않는 맛이었다. 나의 미각을 유혹시키기에는 2% 부족한 맛이었다. 칵테일은 달달한 것이 내 취향이었으나 왠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싫어 일부러 많이 마시지 않았다. 한두 모금 홀짝거리다가는 그만두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술자리까지 피하는 건 아니다. 아니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좋아한다. 술잔을 앞에 두고 평상시 하지 못했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왜 술을 마시지 않느냐고 한잔하라고 자꾸만 권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술 안 마셔도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요. 그리고 취중진담도 잘해요. 술 안마시고도요!"
이렇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얼렁뚱땅 둘러대면서 사이다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쳐댔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에게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요즘은 내가 술을 안 마신다고 하면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구태여 왜 술을 안 마시냐고, 한잔 하라는 권유를 하지 않는다. 쿨하게 너는 술 안 먹는 사람! 나를 위한 사이다를 알아서 주문해준다.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자리를 같이 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한 지 근 6개월 만의 화려한 외출인 셈이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이야기로 다 풀어냈다. 직장에서 외로운 섬처럼 둥둥 떠서 생활하다 오랜만에 나의 속내를 지인들에게 다 쏟아냈다. 교장선생님에게 받은 스트레스부터 시작해서 부장교사들에게 받은 스트레스까지 그래서 귀에 이명까지 온 이야기까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절절히 실감한 날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거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너무 감사하다. 술은 못해도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게 Go Go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