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떠나면 집이 그립다!

여섯 생명체의 가족여행

by 세둥맘

매일의 반복된 일상이 주는 고단함이 있다. 항상 새벽에 깨어야 한다. 침대에서 너희적 거리며 게으름을 부릴 여유도 없다. 잠에서 깨면 벌떡 일어나 정해진 루틴을 반복한다. 7시까지 아침산책을 마친다. 7시 10분까지는 아침운동을 마친다. 그리고는 바로 씻고 출근 준비! 8시 전에는 직장으로 출발을 해야 한다. 한치의 착오가 있으면 안 된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8시 10분경 직장에 도착해 내 자리에 앉으면 그제야 오전 동안의 긴장감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좀 쉬고 싶었다. 몸도 신호를 보냈다. 나도 좀 쉬게 해 달라는 신호! 귀에서는 요 며칠 계속 쿵쿵 소리가 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쿵쿵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연가를 내서 여행을 떠났다. 가족 다섯 명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거기다 반려견 순둥이까지! 모두 여섯 생명체의 여행이다.


애들이 어릴 때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가보지 않았던 계곡과 바다, 산을 여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애들도 바다나 계곡에 풀어놓으면 재미있게 놀았고 그렇게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대학생이 된 다 큰 애들과 같이 여행을 다닌다는 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일종의 연례행사가 된 기분이다. 어떤 의미나 감흥 없이 치러지는 기념일 행사처럼 무미건조하게 변질되었다.


우선 애들이 덩치가 크다 보니 차에 다섯 명이 거기다 순둥이까지 여섯 생명체가 타고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아빠는 운전대를 잡으니 할 수 없이 앞에 타고, 엄마는 엄마라서 앞자리인 조수석에 앉게 해 주었다. 그리 넓지 않은 뒷자리에 덩치 큰 세 명의 성인 여자들이 타다 보니 차에서부터 분쟁이 시작된다.


"야, 나한테 기대지 말라고!"

"언니가 먼저 기대고 있잖아!"

여섯 생명체가 한 차로 이동 중

도착한 펜션은 한 열 평이 조금 넘을 듯한 방 한 칸, 거실, 화장실 구조이다. 여유자금이 넉넉하다면 우리 같은 대식구는 펜션 두 채를 빌리는 게 맞다. 거기다 그 펜션은 정원이 3명이라 2명에 대한 추가 요금에다 순둥이에 대한 숙박요금까지 9만 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차에서부터 시작된 분쟁은 좁은 펜션에 여섯 생명체가 함께 있자 점점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야, 침대 내 자리거든!"

"언니가 맡아놓았냐? 나도 좀 앉자!"

결국은 가위바위보로 하나 있는 침대 차지를 끝냈다.


딸들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하루 종일 운전하면서 고생한 남편에게 소파를 양보하니 나는 바닥 차지가 되었다. 바닥에 얇은 요 하나만 깔고 자고 일어났더니 온 몸이 욱신 거린다. 거기다 얼굴까지 퉁퉁 부어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아무 준비도 안 하고 그냥 왔다. 라면 다섯 개와 생수 다섯 병, 과자 몇 개만 달랑 사 가지고 왔다. 밥을 해결하려면 또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차 막히는 도로에 지쳤는지 나가는 걸 싫어하는 눈치이다.


나는 남편의 고집을 잘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는데 큰 딸이 아빠 포섭 작전에 돌입했다.

"아빠, 놀러 왔는데 펜션에만 있는 거 그렇잖아!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자!"

웬일인지 남편이 따라나선다. 무작정 나선 길인데 눈 좋은 남편이 식당 간판을 발견했다. 건강밥상 집으로 향했다. 지역 특산물로 요리를 하는 식당이었다. 스무 가지의 반찬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나왔다.


http://naver.me/xjN2jJ5f 홍천 농가 맛집


다음날은 딱히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검색을 해서 양 떼 목장과 수타사를 다녀왔다. 오는 길에 폭우를 만났다. 정말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져내렸다. 펜션이 산 꼭대기에 있어서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내비게이션의 거리가 줄어드는 것만 뚫어져라 보았다. 남편은 폭우에 앞이 안 보이자 잠시 길 옆에다 차를 대고는 쉬었다. 5km만! 이제 3km 남았어! 펜션에 도착하니 운전도 하지 않았는데 용을 써서 그런지 넉다운된 느낌이다. 귀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계속 나기 시작했다.


"엄마, 집에 가고 싶어!"

"야, 여행 왔는데 무슨 소리야!"

아이들 입에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드디어 나왔다.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집에 있으면 떠나고 싶고 막상 떠나면 다시 집의 편안함이 그립고! 정말 간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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