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7년 체제 2 / 법치국가 2

by 글 쓰는 집사

2024년 12월 3일.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비상계엄을 맞게 되었다. 군사정권 시절을 겪은 세대로서는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꼈다. 계엄의 정당성을 논하기 전에 국가비상사태도 아닌 상황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가 너무도 쉽게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우선 이번 비상계엄은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상황에서 비롯된 것 같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금의 정치제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에 주춤했던 개헌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의 의견은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 분권형 대통령제로 모아지는 것 같다. 대통령은 외교. 국방. 통일을 국무총리는 내정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의회는 양원제를 도입해 단원제 국회의 무한 충돌을 조정하려 하는 것이다. 또 상원이 지방을 대표해 분권과 균형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래서 1단계 권력구조 개편. 2단계 시민권. 사회권으로 나누어 추진하고자 한다.


물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단원제 국회의 문제점을 일정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위헌적 비상계엄의 원인인 정치적 갈등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도 제대로 규정이 준수되고 운영되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 신속한 의결로 사태가 악화되지 않아 다행이다.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대통령 개인의 일탈로만 여기기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라는 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87년 체제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예전에 티브이에 나와서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대통령들이 기억난다. 그들은 법치주의를 지향해서인지 개헌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법을 악용했었다. 당시 법은 정의롭지도 않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잣대로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비난받지 않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법원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비난을 지금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만은 불복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법은 일정 정도 흠결을 가지고 있고 법관의 판단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물리력을 행사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사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의회와 한국의 법원이 같은 수모를 당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한국도 기로에 선 듯하다. 한국이 법치국가인지 아닌지.

keyword
이전 11화법치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