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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운동, 선순환을 만든다

by 데일리타임즈W
어릴 때 다양한 꿈이 있었다. 멋진 뮤지컬 배우 아니면 자유로운 예술가? 살다 보니 회사와 집만 오가는 그런 삶이 되었다. 회사가 무료해질 때쯤 뭘 하면 재밌을까 고민하다가 직장인 뮤지컬 동아리를 시작했다. 그 후로 직업이 되지는 못했지만 어렸을 때 꿨던 꿈을 소소하게 이룰 수 있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뭐 하고 놀까?' 아니 '뭘 하면 더 재미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30대 대한민국 평범 직장남의 더 즐거운 횰로 도전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문득 예전과 같지 않은 몸이란 걸 느낀다. 몸이 점점 무겁거니와 예전에 하루면 됐던 숙취해소가 몇 날 며칠이 돼도 회복세가 더디다. 좋은 컨디션을 위해서는 역시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젠 정말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운동을 하는데 가장 힘든 부분은 뭘까? 바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기 전, 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들은 왜 이다지도 많은지…. 운동을 하기 싫은 날엔 헬스장 가는 길이 아리랑 고개와 같아서 10리는커녕 1리도 가지 못하고 발병이 날 것만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몇 번 빠지다 보면 귀신같이 운동과 멀어지게 된다. 시쳇말로 ‘헬 사이클’이라고 하며 매번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마법’과도 같다. 이 마법에서 풀려나는 게 관건이다. 지속적인 운동의 필요성은 누구나 안다. 알긴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고, 갈수록 나이는 먹어가는데 몸은 무겁기만 하다.


일상생활에 운동 한 스푼 추가요!

과거 나의 운동 라이프는 이랬다. 예컨대 이별을 한다거나, 회사 생활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하면, 그때 잠깐 머리를 비우기 위한 ‘집중’ 운동을 했다. 스스로 ‘현실회피형 운동’이라 명명한다.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꽤 열심히 하지만 현실의 문제들이 점차 해결되는 시점인 1~2개월 후엔 자연스레 운동도 함께 ‘시들시들’해진다. 동기부여가 약해지면 운동과 멀어지는 점, 한두 번 빠지다 보면 흐름이 끊겨 이어 나가지 못하는 점이 문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지속 가능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전략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나만의 선순환 운동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한 후에는 회사 출근 전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식이라 분명 흐지부지 해질 게 뻔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에 운동을 녹여 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었다. 마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얼음처럼 말이다. 뭐가 있을까? 바로 출근하는 행동이다. ‘출근’이라는 일상생활에 ‘운동’이라는 습관을 살포시 물들여 보기로 했다.


2477_3259_254.jpg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아침 꾸준히 아령을 들고 있는 박기자. / 사진=박현호 기자


나만의 틈틈이 운동법

회사를 다니며 할 수 있는 운동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걷거나 뛰는 정도인데 다행히도 운이 좋은 건지, 회사는 13층에 있었다. 매일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 오르기를 하면 더 차별화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현 가능한 소박한 계획을 세우고 잦은 성공 경험을 통해 성취감도 높이고 싶었다. 그야말로 ‘지속 가능한 힘’을 길러 보기로 한 것이다. 부담이 적은 만큼 한 달 동안은 단 하루도 빠지지 말자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다짐을 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그러곤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첫날 13층을 걸어 오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데?’와 ‘오늘 꼭 해야 할 한 가지는 채웠구나’라는 만족감이었다. 이 만족감이 꾸준한 운동을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숨이 정말 많이 찼다. 한 달쯤 하다 보니 숨이 덜 차고 시간도 단축됐고, 어느새 두 계단씩 오르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계단 오르기가 어느 정도 정착이 됐으니, 이제는 아령 들기를 통해 연속성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전략이었다. 그 즉시 아령을 구입하고 실행에 옮겼다. 사실 계단 오르기는 하체에만 운동이 집중돼 상체 운동도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일단 오픈마켓에서 7kg 무게의 아령을 주문한 뒤, 가능한 출근길 계단 오르기 후에 각각 25개씩 팔과 어깨 위주로 들었다. 점심 먹은 후에도 비슷한 개수로 들었다. 나의 목표는 ‘지속성’이니 바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를 통해 습관이 생겼는지 아령 들기도 자연스레 습관이 되었다. 좋은 습관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선순환이 선순환 구조를 낳은 것이다. 언젠간 한두 번 부득이하게 하지 못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빠르게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 또 다짐 중이다. 지금 까지를 돌이켜 보면 ‘지속 가능한 힘’을 기르는데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덧 4달이 지난 시점이 된 지금 여전히 출근길에 계단을 오르고 있고 아령도 한 달째 빠짐없이 들고 있다. 습관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습관이 되어 나의 일탈을 막아준다.


2477_3260_2623.jpg 운동이 습관이 되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꾸준한 운동이 가져다준 소소한 효과

운동 후 한두 달은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발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와 주말에 바람 좀 쐴 겸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오른 적이 있었다. 평소와 비슷하게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녀석이 “야, 너 따라 오르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누나와 매형은 ‘뭔가 알게 모르게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내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누군가 너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건강’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을 잃으면 천하 권세를 가진 자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을 지속하는 힘의 원천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며, 그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놓지 않아야 한다.

운동하기 좋은 날은 없다. 직장인은 잦은 회식, 스트레스, 피곤 등 그야말로 운동은커녕 건강과도 멀어지는 게 일상이다. 그러니 운동에 대한 거창한 계획보다는 소소한 방법을 찾아 운동해보는 걸 추천한다. 운동이 주는 이로움은 물론 운동의 즐거움까지 발견하게 된다면 아마 운동이라는 인생의 좋은 동반자를 맞이할 것이다.



데일리타임즈W 박현호 기자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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