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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Jun 18. 2020

[W렌즈 집콕의 세계②] 거실 모퉁이, 작은 카페 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은 얼마나 슬기롭고 지혜롭게 집콕 생활을 영위하느냐에 달렸다. 의미 없이 TV 채널을 돌리며 심심해하는 것은 이제 그만. <데일리타임즈W> 기자들이 각자의 취향과 적성을 살려 집콕 취미 생활에 돌입했다. 홈 트레이닝으로 ‘확찐자’를 예방하는가 하면, 숨겨왔던 덕후력을 살려 만화책을 돌파하고, 추억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취미활동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인 방편도 마련했다. 미술관 대신 스마트폰에 나만의 아트 컬렉션을 만들고, 단골 술집의 안주를 집에서 재현한 홈바를 만드는가 하면, 잔부터 원두까지 오직 나만을 위해 셀렉션한 홈카페를 열었다. 사람이 너무 그리워 결국 집에서 홈파티를 벌인 기자까지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꾼 생생한 후기를 읽다 보면, 어서 귀가해 자신과의 설레는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거실 창가 작은 테이블에 문을 연 나의 홈카페. 오픈 시간은 내 마음대로다. / 사진=김보령 기자


휴식과 취향의 공간 vs 리얼 현실 세계

싱글 때 집은 내게 ‘휴식’의 의미였다. 집에 돌아와 현관 문을 열고 코 끝으로 아늑한 공기가 느껴지면 밖에서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곤 했다. 결혼을 하면서 집은 취향을 부여하며 행복감을 주는 곳으로 확장됐다. 그간 꿈꿔온 인테리어를 실현하며 나의 공간이 아름답게 변화하는 과정을 즐기고, 거실 창가의 큼직한 6인용 테이블에서 홈파티를 열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정말 크지만, 생활이 완전히 바뀌는 변곡점이 된다. 그간 누려온 모든 것에 잠시 안녕을 고해야만 했다.
집이 여유를 조금 되찾은 건 작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인생의 복병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21세기에 전염병의 창궐이라니. 코로나19로 집은 다시 리얼한 현실 세계가 되었다. 곧 지나가리라 가볍게 시작한 강제 집콕이 두 달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대국민 국난 극복 운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다잡던 마음이 길을 잃어갔다. 그렇게 좋아했던 집을 벗어나고만 싶다. 바깥 공기가 그립다.
 


어느 날 나에게 준 달콤한 위로 한 잔

어차피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시기라면,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집콕 기술’을 걸어야 했다. 아이의 낮잠 시간 동안 멍하니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려보다가 비슷한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친구 A, 전 직장 동료 K, 인테리어 인플루언서 C까지 모두 400번 저었다는 그 ‘#달고나커피’! 홀린 듯이 주방으로 걸어가 달고나 커피 제조를 시작했다. 인스턴트커피와 설탕, 따뜻한 물을 1:1:1 비율로 넣은 다음 400번 숟가락 젓기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전동 휘핑기를 꺼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너무 묽지도 되지도 않은 꾸덕꾸덕한 달고나 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컵에 우유를 3분의 2쯤 채우고 위에 달고나 크림을 풍성하게 올리니 비주얼이 꽤 괜찮다. 오랜만에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 모금. 달콤한 위로의 맛이 입을 지나 목을 타고 고단한 마음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기사 마감에 지쳤을 때도, 육아가 힘들었을 때도 좋아하는 카페로 향해 맛있는 커피와 음료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곤 했다.


사실 집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긴 하지만 메뉴는 단 하나, 빠르게 캡슐로 내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전부였다. 카페에서 즐겨 먹던 아인슈페너, 밀크티, 캐러멜마키아토···. 나에게 힐링을 주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요즘엔 카페에 가는 것도 자유롭지 않으니, 집에서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 먹어볼까? 재료만 있으면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아 보였다. 그래, 나갈 수 없다면 집 안에 카페를 들이자!


다양한 유리잔과 머들러, 샷 글라스, 스쿱 등 홈카페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구입한 것들. / 사진=김보령 기자

홈카페, 모든 준비는 끝났다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집 안을 둘러보며 홈카페에 적당한 자리와 쓸만한 물건들을 스캔했다. 역시 자리는 햇살 들어오는 거실 창가가 좋겠지? 소파 옆 모퉁이에 서재에서 놀고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 찬장을 뒤져 핸드드립 세트(드리퍼, 드립 서버, 그라인더, 드립 포트, 여과지)와 전동 휘핑기, 프렌치프레스를 찾았다. 캡슐커피 머신을 구입하기 전 나름 홈카페족 언저리에 있을 때 사 놓은 것들이다. 홈카페의 장점을 ‘가성비’로 꼽는 이들이 많지만, 약간의 초기 투자 비용은 들어간다. 마실 때의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니 몇 가지 잔과 소품도 필요했다. 인스타그램에 ‘#홈카페’, ‘#홈카페놀이’로 올라온 사진을 보면 요즘엔 잔 자체에 모양을 내기보다 음료가 돋보이는 심플한 일자형 글라스가 대세인 듯했다. 길고 좁은 잔, 낮고 넓은 잔 두 개씩, 주스를 담으면 예쁜 고블렛잔, 아포가토 만들 때 쓸 아이스크림 볼과 스쿱, 음료를 젓는 용도의 머들러, 에스프레소를 담을 샷 글라스를 주문했다. 얼추 홈카페의 모양새가 갖춰지고 있었다.


이제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SNS 상에 사진과 영상으로 홈카페 메뉴 레시피가 수없이 올라오지만, 옛날 사람이라 온라인보다는 책이 익숙하다. 홈카페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낸 책 <무허가 홈카페>, <하루하루, 홈카페> 두 권을 요즘 시국에 어울리는 ‘드라이브 스루’로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책을 보면서 고른 커피와 음료를 얼른 만들어 마시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주말에 동네에서 나름 핫한 카페를 찾아 원두와 말차 가루도 구입하고, 나머지 재료는 온라인 배송으로 주문 완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가오는 주 월요일, 아이의 낮잠 시간을 오픈 일시로 잡았다.


매일 가장 기다려지는 홈카페 개장

첫날은 난이도 하, 비주얼 상, 딸기에이드로 시작했다. 유리잔에 딸기청을 자작하게 붓고 얼음과 탄산수를 적당히 넣어 생딸기로 장식하면 끝이다. 오, 비주얼 굿! 사진을 찍고 ‘갠소’로 그치기엔 아쉬워 지인들의 메신저 단톡방에 올리니 반응이 상당히 좋아 먹는 내내 웃음이 번졌다. 다음날은 최애 메뉴 아인슈페너에 도전했다. 관건은 적당한 질감의 달콤한 크림을 완성하는 것. 처음엔 감을 못 잡고 휘핑기를 오래 돌려 생크림이 너무 되직해져 버렸지만 두 번째는 커피 위로 살짝 뜨는 크리미한 질감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아인슈페너를 이렇게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니! 맛도 카페와 흡사했다. 그동안 카페에 들인 돈이 슬슬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아이가 낮잠에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홈카페 문을 열었다. 초록 빛깔 영롱한 말차 라테, 아이스크림을 얹은 밀크티, 술이 약한 나도 술술 들이키는 콜드브루 맥주, 달콤 쌉싸름한 매력의 아포가토···. 하루하루 맛있고 예쁜 한 잔을 음미하며 마음에 에너지를 채웠다. 어떤 날은 낮에 먹은 커피가 생각나 심야에 다시 카페 문을 열기도 했다. 내 마음대로 언제든 열 수 있다는 것이 홈카페의 장점 아니던가! 오롯이 수고한 나에게 대접하는 음료 한 잔의 위로는 생각보다 일상에 크게 작용했다. 하루 중 잠깐의 여유지만 가장 편하고 따뜻한 시간이 매일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행복감. 홈카페를 열고 작은 기쁨이 집으로 들어왔다.


맛과 비주얼 보장하는 #홈카페놀이 추천 메뉴

400번 숟가락 젓기 대신 5분 전동 휘핑기 사용으로 완성한 달고나 커피. / 사진=김보령 기자

1 달고나 커피

재료

인스턴트커피 2T, 설탕 2T, 따뜻한 물 2T, 우유 300ml, 달고나 약간

레시피

① 인스턴트커피, 설탕, 물을 넣고 숟가락으로 잘 섞어준다.

② 전동 휘핑기나 핸드믹서 고속 단계로 5분간 휘핑해 꾸덕꾸덕한 크림을 완성한다.

③ 잔에 우유 300ml를 넣는다.

④ 우유 위에 ②의 크림을 풍성하게 올린다.

⑤ 달고나를 잘게 부숴 장식한다.


말차 가루를 녹이고 우유와 에스프레소를 차례로 올려 완성한 다채로운 색감의 그린샷 라테. / 사진=김보령 기자

2 그린샷 라테


재료

말차 파우더 30g, 에스프레소 40ml, 우유 260ml, 얼음12개

레시피

① 말차 파우더에 따뜻한 우유 60ml를 붓고 가루가 뭉치지 않도록 젓는다.

② 컵에 얼음을 넣고 ①을 모두 부어준다.

③ 남은 우유를 가느다란 줄기로 천천히 부어준다.

④ 에스프레소를 가느다란 줄기로 천천히 부어준다.


최애 메뉴 아인슈페너도 생크림과 전동 휘핑기만 있으면 5분 안에 뚝딱 완성. / 사진=김보령 기자

3 아인슈페너

재료

에스프레소 40ml, 동물성 생크림 80ml, 설탕 10g, 얼음 10개, 물 185ml, 초콜릿 조각 약간

레시피

① 동물성 생크림에 설탕을 넣고 30~60초 정도 휘핑해준다. 원하는 크림 농도를 보며 시간을 조절한다.

② 컵에 얼음, 물, 에스프레소 순으로 부어준다.

③ ①을 듬뿍 얹어준다.

④ 초콜릿 조각이나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준다.


만들기 참 쉬운데 맛도 좋고 비주얼까지 만족스러운 딸기에이드. / 사진=김보령 기자

4 딸기에이드

재료

딸기청 50g, 딸기 2개, 탄산수 500ml, 얼음 5개

레시피

① 잔에 딸기청을 넣어준다.

② 딸기를 1cm 두께로 슬라이스한 뒤 잔 안쪽에 딸기를 붙여준다.

③ 잔에 얼음을 넣고 탄산수를 부어준다.

④ 딸기 1개를 잔 테두리에 장식으로 꽂아준다.


티코 아이스크림을 밀크티에 올려 함께 먹으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으로 퍼진다. / 사진=김보령 기자

5 티코밀크티

재료

얼그레이시럽 25ml, 우유 200ml, 에스프레소 30ml, 티코 아이스크림 1개, 얼음 5개

레시피
① 잔에 얼그레이시럽을 부어준다.

② 얼음과 우유를 넣어준다.

③ 입구가 뾰족한 샷잔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천천히 부어준다.

④ 티코 아이스크림으로 장식한다.


6 아포가토


재료

에스프레소 20ml, 로투스 3개, 바닐라 아이스크림 2스쿱


레시피 

① 지퍼백에 로투스 2개를 넣고 숟가락으로 부숴준다.
② 아이스크림 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떠서 동그랗게 2단으로 올려준다.
③ 잔 바닥에 ①의 과자를 깔고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준다.
④ 로투스 1개를 아이스크림 위에 장식한다.
 


레시피 참고 및 발췌<무허가 홈카페>, <하루하루 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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