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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Jun 19. 2020

[W렌즈 집콕의 세계⑤] 스마트폰에 나만의 예술 수장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은 얼마나 슬기롭고 지혜롭게 집콕 생활을 영위하느냐에 달렸다. 의미 없이 TV 채널을 돌리며 심심해하는 것은 이제 그만. <데일리타임즈W> 기자들이 각자의 취향과 적성을 살려 집콕 취미 생활에 돌입했다. 홈 트레이닝으로 ‘확찐자’를 예방하는가 하면, 숨겨왔던 덕후력을 살려 만화책을 돌파하고, 추억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취미활동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인 방편도 마련했다. 미술관 대신 스마트폰에 나만의 아트 컬렉션을 만들고, 단골 술집의 안주를 집에서 재현한 홈바를 만드는가 하면, 잔부터 원두까지 오직 나만을 위해 셀렉션한 홈카페를 열었다. 사람이 너무 그리워 결국 집에서 홈파티를 벌인 기자까지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꾼 생생한 후기를 읽다 보면, 어서 귀가해 자신과의 설레는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처음에는 전화 연락이 왔다. 이후에는 카카오 메시지로 왔다. ‘다수의 공연 취소 연락을 받으시면서 관객 여러분이 느끼셨을 피로도와 불편함을 감안하여….’라는 문구와 함께 공연 취소와 환불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야릇해서 안 보는 것과 달리 못 본다고 하니 공연 취소 메시지가 올 때마다 왜 그렇게 아쉬운지! 하지만 모두 뜻을 모아 참고 견뎌야 하는 코로나19 시국에 불만은 금지 아니겠는가. 대안으로 모색한 것은 온라인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문화예술재단, 클래식 레이블 유튜브와 웹사이트에는 흥미로운 영상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서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유튜브와 웹을 넘나들며 여러 장르를 섭렵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해 보기를. 그중에 다시 보고 싶은 영상은 저장해서 스마트폰에 나만의 예술 수장고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루브르 박물관의 사라진 피라미드 중에서. /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루브르 박물관의 거대 피라미드 중에서.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유튜브) Musee du Louvre

게시일 2016. 5. 26. / 2019. 7. 3.

영상 길이 1:37 / 8:45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은 88세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3세의 사진작가 JR이 프랑스 작은 마을을 다니며 동네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 과정을 담고 있다. 할머니와 손자 뻘 되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쇠락한 탄광 마을, 염소 농장, 컨테이너 하역장 등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이들의 작업으로 인해 활기를 띠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생을 마감한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이 그녀의 친구. 바르다가 프로젝트 동행을 제안한, 선글라스를 절대 벗지 않는 JR은 주목받는 현대 사진가이다.
JR은 촬영을 한 후 대형 사이즈로 출력해 벽면에 부착하거나 설치하여 실재와 사진 이미지가 중첩되는 작업을 하는데, 소개하는 영상은 루브르 박물관과 협업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2016년에는 중정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를 사라지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는데, 2019년에는 트릭 아트(trick art, 착시 현상을 이용해 속임수를 쓴 작품) 기법을 써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를 만드는 작업으로 또 한 번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에드워드 호퍼, 1942년 작.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유튜브)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게시일 2013. 5. 22.

영상 길이 5:02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한 작가로 꼽힌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여인,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여인, 주유소의 한 남자 등 그의 작품은 현대 도시인의 쓸쓸함과 고독이 느껴지는데, 혼자가 아닌 몇몇이 함께 있어도 그런 분위기는 변함없다. 캡처 이미지 작품 <Nighthawks>는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요즘의 모습 같다. 호퍼의 작품은 배우 공효진, 공유가 모델이었던 모 기업의 브랜드 광고 이미지로도 패러디 되어 우리에게 익숙하다. 
추천 영상은 휘트니 뮤지엄 큐레이터였던(현재는 블랜튼 미술관 부디렉터) 카터 포스터가 호퍼의 그림 속에 등장했던 장소를 찾아가는 워킹 투어 영상이다. 뉴욕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 그리니치 애비뉴 등의 현재 모습, 과거 사진 그리고 호퍼의 작품을 교차 편집하여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뉴욕 여행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요즘 맨해튼을 산책하는 듯한 대리 만족도 느낄 수 있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루시안 프로이드가 그림을 그리는 마지막 날 중에서.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게시일 2013. 10. 17.

영상 길이 3:06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화가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Freud, 1922~2011)는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손자로 초상화와 인물화 작업을 많이 했다. 친구, 가족, 동료 화가 등 주변 인물을 그린 초상화는 모델 각각의 개성과 내면을 온전히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한편, 파격적인 자세의 누드화, 고도 비만 여성의 나체를 표현한 누드화는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전시장에서 마주하면 당혹스러울 정도(누드화의 경우 전시 중에는 미성년자 관람이 금지되는 작품도 적지 않다). ‘육체적인 추함을 묘사함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는 평을 받는 프로이드 작품의 가치는 지난 200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 중 사상 최고가에 경매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추천 영상은 2011년 그가 타계하기 3개월 전, 그의 친구이자 어시스턴트 그리고 종종 그의 모델이 되었던 데이비드 도슨이 촬영한 영상이다. 당시에도 작품의 모델로서 그는 대가가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냈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팔레르모 팔레르모 중에서.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www.pinabausch.org

게시일 2019. 11. 3.

영상 길이 2:23:24

독일의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는 무용과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양식의 ‘탄츠테아트르(Tanztheater,춤연극)’를 확립한 현대 무용계의 독보적인 인물이다. 1973년 부퍼탈 시립공연장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하면서 무용단의 이름을 ‘부퍼탈 탄츠테아트르’로 바꾸었는데, 이후 독일의 작은 마을 부퍼탈은 피나 바우쉬와 더불어 현대 무용의 메카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혁신적인 표현법과 주제 의식을 반영해 무용 예술의 한계를 확장한 그녀는 부퍼탈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작품을 의뢰받은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장기 체류하며 그곳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른바 <도시/국가 시리즈>로 불리는 작품은 15개인데, 그중에는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 컷(Rough Cut)>(2005)도 있다.

피나 바우쉬 재단은 바우쉬 타계 이후 아들 롤프 잘로몬 바우쉬가 어머니의 생전 바람에 따라 만든 것이다. 재단은 그동안 바우쉬의 예술 유산을 디지털화하는 아카이브 작업에 주력해 왔는데, 지난해 11월 1989~1990년 공연한 <팔레르모 팔레르모(Palermo Palermo)>를 편집한 영상을 홈페이지(www.pinabausch.org)를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다니엘 바렌보임 ‘모멘트 뮤지컬’ 중에서.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유튜브) Deutsche Grammophon

스트리밍 2020. 4. 24.(현지 기준)

영상 길이 40:32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다니엘 바렌보임, 마르타 아르헤리치, 정명훈, 조성진 등의 연주자들이 소속된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이다. 120여 년의 역사는 음악 레코딩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창시자 에밀 베를리너는 원반 축음기 ‘그라모폰’을 발명한 인물. 축음기 도입 이후에도 12인치 레코드, LP, CD 등 새로운 음악 레코딩 기술의 중심에는 늘 도이치 그라모폰이 있었다. 온라인 음원으로 중심 축이 옮겨간 후에는 온라인 전용 앨범, 고음질 HD 음원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음악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곳 또한 도이치 그라모폰이다. 무관중 온라인 공연 ‘모멘트 뮤지컬(Moment Musical)을 기획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25일에는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은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과 함께 슈만을 연주했고, 26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발매 예정인 음반 ‘방랑자(Wanderer)’ 수록곡을 중심으로 연주회를 열었다.


(사진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음반 중 ‘The Arts and the Hours’. / 사진=유튜브 캡처

출처 유튜브) Deutsche Grammophon

게시일 2020. 3. 6.

영상 길이 4:46

아이슬란드 출신 비킹구르 올라프손(Vikingru Olafsson, 1984~)은 지난해 ‘BBC 베스트 매거진 어워드’, ‘2019년 그라모폰 올해의 연주자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이번에 발매한 <드뷔시-라모>는 바로크와 고전 그리고 현대의 음악적 감각이 어우러진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한 반복하며 듣게 되는 곡은 ‘예술과 시간(The Arts and the Hours)’. 화성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작곡가 장-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의 오페라 <보레아스의 후예>에 나오는 곡을 올라프손이 편곡한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노벨 문학 수상 작가 락스네스(Halldor Laxness, 1902~1998)의 집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와 연주곡의 접점을 찾아가며 감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데일리타임즈W 정지현 기자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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