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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Jun 19. 2020

[W렌즈 집콕의 세계⑥] 요즘 제일 핫한 라운지 우리집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은 얼마나 슬기롭고 지혜롭게 집콕 생활을 영위하느냐에 달렸다. 의미 없이 TV 채널을 돌리며 심심해하는 것은 이제 그만. <데일리타임즈W> 기자들이 각자의 취향과 적성을 살려 집콕 취미 생활에 돌입했다. 홈 트레이닝으로 ‘확찐자’를 예방하는가 하면, 숨겨왔던 덕후력을 살려 만화책을 돌파하고, 추억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취미활동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인 방편도 마련했다. 미술관 대신 스마트폰에 나만의 아트 컬렉션을 만들고, 단골 술집의 안주를 집에서 재현한 홈바를 만드는가 하면, 잔부터 원두까지 오직 나만을 위해 셀렉션한 홈카페를 열었다. 사람이 너무 그리워 결국 집에서 홈파티를 벌인 기자까지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꾼 생생한 후기를 읽다 보면, 어서 귀가해 자신과의 설레는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거리두기를 넘어 사회적 단절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인과 만나 술 한잔하며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라운지 클럽에서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거나, 주말에는 동호회 모임에 참석해 취미생활을 영위하며 분출하던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 통로가 막혀버렸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모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합의점이 필요하다. 바로 홈파티다. 사람 만나고 모으기 좋아하는 나 같은 성향의 독자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준비하고 실행했던 홈파티 스토리와 노하우를 공개한다.


그 겨울, 나의 첫 홈파티를 추억하며

2017년 어느 겨울,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친구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여자 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홈파티를 해보자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나에겐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설렜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과하게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케이크, 와인, 집안 인테리어까지 말이다. 첫 홈파티의 핵심은 요리였다. 파스타, 피자 등 다양한 요리를 위해 장을 보고 열심히 요리도 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파티 자체는 신나고 즐거웠다. 흥겨운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이 모두 떠났다. 그로부터 정확히 6시간 동안 집을 정리해야 했다. 굴러다니는 수많은 술병, 산더미같이 쌓인 식기들, 폭죽의 흔적, 과자 부스러기···. 나의 첫 홈파티에 대한 기억은 멀리 보면 희극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었다. 

즐겁고 재밌었지만, 정리가 힘들었던 나의 첫 홈파티. / 사진=박현호 기자

힘든 홈파티의 기억을 뒤로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대만 여행의 기회가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로 정보를 나누다 친해져 대만원정대까지 만들게 됐다. 여행지에서 한 명씩 만나 동행이 되었고 투어를 함께 했다. 타지에서의 만남이라 그런지 짧은 시간에 깊은 정이 들었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모이기로 했다. 아뿔싸! 문경, 인천, 경기, 대구, 일산, 서울까지 구성원들의 다양한 지역이 문제였다. 이참에 서울 구경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 덕분에 유일한 서울 거주자였던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마침 홍콩 여행에서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었는데, 문득 대만과 홍콩을 묶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판을 키워보자!’며 대만, 홍콩 여행 친구들의 교류 장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2018 제1회 홍대(홍콩대만) 파티!’ 첫 홈파티의 노하우가 생겨서일까? 훨씬 가성비 좋은 파티가 완성됐다.


Q&A ‘홍대 파티’ 참여자들이 이야기하는 홈파티 팁

오미희(33세, 디자이너)
“제대로 된 쌈박한 콘셉트나 주제가 있으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김대석(31세, 소방관)
“만취해서 분위기 망치지 않는 것, 혹은 분위기를 망칠 것 같은 사람을 부르지 않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


박혜지(32세, 은행원)
“친구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 하나씩 준비해 오라고 하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손쉽게 나눠 먹을 수 있다.”


다양한 파티 용품들은 홈파티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후 한동안 홈파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찰나 코로나 때문에 주변에서 나가지 못해 우울하다는 사람이 주변에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몇 명은 파티를 제안하기도 했다. 때는 지금이다. 시기와 맞물릴뿐더러 회사의 ‘집콕 ON, 즐거움에 접속’ 캠페인과 매우 부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하우를 집대성한 (물론 코로나 시국을 고려해 안전장치도 함께 고려한) 홈파티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자. 콘셉트를 먼저 잡기로 했다. 문득 코로나로 우울한 나날 속 ‘설렘’을 주제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모이는 것만큼 엔도르핀이 마구 분출되는 일이 또 있을까? 콘셉트를 정했다. 이름하여 ‘NO corona! YES chemistry!’ 파티 사실 내가 파티 주최자이기에 프로그램이며 콘셉트는 내 마음대로 짤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것도 장점이다. 내 주변 각기 다른 남녀 그룹을 초대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대강 이렇다. 처음 만나 자기소개 및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을 가진 후 이어지는 이미지 게임, 마피아 게임, 즐거운 저녁 식사 및 대화의 시간, 이후 분위기를 달래 줄 DJ 파티까지! 기승전결이 있는 프로그램, 내가 기획하고도 스스로 뿌듯했다.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마구 밀어주는 것 또한 내 몫이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적어서 프사에 올려놓았다. 모임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 둘 미끼를 물기 시작했다. 균형 있게 나를 제외한 남자 셋, 여자 셋 그룹이 당첨됐다. 자 그럼 파티를 시작해 볼까? 


렛츠고! NO corona! YES chemistry! 파티

기존 경험 덕분에 효율적인 파티를 준비할 수 있었다. 모임 전 친구들에게 간단한 콘셉트를 설명하고 복장을 제안했다. 물론 음식도 하나씩 준비해 오라고 했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마스크 착용은 필수임을 거듭 강조하고 가성비 좋은 열 체크기도 준비했다. 드디어 파티 당일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디제잉 파티’에는 손이 많이 가니 먼저 온 몇몇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완료했다. 친구 중 한 명이 열 체크를 하고, 나머지 친구는 자리 안내를 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남녀의 모임이라 그런지 묘한 분위기에 설렘이 감돈다.

모든 사람이 도착한 후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여러 가지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했다. 그중 ‘이미지 게임’을 추천한다.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가장 맞는 이미지인 사람을 지목하면 되는 게임이다. 예를 들자면 ‘학창 시절에 짝사랑을 가장 많이 했을 것 같은 사람’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는 거다. 가장 많이 지목된 사람은 술 한잔 ‘찐’하게 마시면 된다. 술도 마시고 서로의 첫인상 이야기도 하고 일석이조 아닐까? 이후 저녁 시간이다. 한쪽에 쓰레기봉투를 세팅 해놓고 미리 주문한 음식과 가져온 음식을 빠르게 준비했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고 그간의 노하우가 쌓여 손이 덜 가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자 이제 나는 할 만큼 다했다. 이제 케미를 나눌 환상적인 디제잉 타임이다. 방은 3개! 어느 곳이든 짝이 맞으면 들어가서 춤출 수 있지만 모든 방문은 열어 두는 게 규칙이다. 파트너는 알아서 정하되 규정과 심의를 지키는 것이 내 파티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분되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수놓은 밤이 지나고 어느새 파티는 끝났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파티의 피날레 장식해준 DJ 파티. / 영상=박현호 기자


집콕 캠페인 기획과 겸사겸사 오랜만에 홈파티를 준비하면서 느낀 장점은 역시 ‘자유로움’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음식이며 프로그램 초청 인원까지 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파티를 즐기는 동안 즐거움에 다들 목소리가 커져 시끌시끌하더라도 옆자리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홈파티가 살짝 저렴하긴 하지만. 호스트의 노동력을 생각하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홈파티에 참여했던 사람이 진심으로 즐겁게 놀고 갔을 때의 성취감을 더하면 홈파티에 한 표를 더 주고 싶다. 물론 내 콘셉트대로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YES chemistry’가 아니라 ‘NO Chemistry!’ 였다. 하지만 다들 새로운 인연이 됐으니 훗날 커플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날씨 좋은 봄, 때아닌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레 모든 활동을 제한받는 시간이 애석하기만 하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밖에서 모임을 할 수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를 두며 홀로 집콕 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았나? 최소한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뽑아낼 수 있는 지인들과의 홈파티를 추천한다. 다만 지금은 홈파티도 남용할 것이 아니라 진정 소통과 만남이 필요할 때 최소한의 요건으로 추천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코로나19의 공포와 함께 찾아온 스트레스로 불안, 우울증까지 나타나는 사람이 적절하게 홈파티를 한다면 꽤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그간 홈파티와 최근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코로나19 속 홈 파티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 10


코로나19 속 홈 파티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 10


1 초대된 사람들의 열 체크, 마스크, 손 소독제는 필수!

2 미리 분리수거할 쓰레기봉투를 챙겨 놓는다.

3 날이 새도록 놀 수 있다. 개인위생용품은 챙겨올 수 있도록 하자.

4 모든 준비는 아니지만 가능한 한 함께 준비하고 함께 정리한다.

5 각자 음식 하나씩을 준비해 올 수 있도록 하자. 부족하면 배달 앱을 이용하자.

6 다양한 게임을 알면 알수록 좋다. (마피아 게임, 진실게임, 이미지 게임 추천)

7 홈 파티의 핵심은 조명. 조명 하나가 모든 분위기를 바꾼다.

8 뚜렷한 콘셉트가 있다면 파티의 흥겨움은 2배가 된다. 

9 복장,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맞춘다면 인스타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다.

10 음악 역시 홈 파티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미리 리스트를 선곡해두면 편하다.



데일리타임즈W 박현호 기자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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