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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Jan 25. 2024

애초에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1

어쩌다 보니 난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 영어는 무진장 싫어했고 대학교 때에도 영어 말하기 수업은 학을 떼도록 기피해 왔건만, 왜 지금 와선 이렇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프랑스어 학원을 다니며, 다녀오지 못했던 독일 어학연수가 지금에서야 간절한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고, 대학교 때 독일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까지.


그렇다. 나는 OO 외국어 대학교를 다녔고, 전공은 공학이었으나 부전공은 독일어였다. 동기들 중 유일하게 독일어를 배우는 나를 보고 왜 하필 독일어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딱히 큰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나머지 언어들이 나랑 안 맞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좀 더 사적인 이유를 대자면 아버지께서 스위스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어렸을 적부터 독일어권 나라에 대한 호감이 내재되어 있었던 듯싶다. 그리하여 선택하게 된 독일어, 멋모르고 시작하게 된 독일어를 위하여 나는 방학 내내 미리 예습할 겸 신사동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다. 아인 쯔바인 드라이…. 이히 스튜디어레 도이체.


어학적으로만 바라본 독일어는 딱딱하기 그지없었고 규칙에 규칙으로 더해진 그 문법 하며, 독일어를 가르치시는 모든 강사님과 교수님들의 그 엄격해 보이는 인상까지. (독일에 다녀온 적은 없지만) 모든 것이 마치 독일스럽다고 느낄 정도였다. 난 그렇게 점차 독일어 속으로 침식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문법 수업은 받아 적기 바쁜 시간이었고 지각하거나 사정이 생겨서 강의를 놓치면 다음 수업 때 따라가기 매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엄청난 노력 끝에 나는 독일어 문법 강의에서 A를 받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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