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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02. 2024

반복되는 한국식 영어공부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4

그래서 난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감으로 무장한 무려 3개월 말레이시아 유학파 젊은이가 되었다. 난 더 이상 영어가 싫지 않았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픈 심정이 컸다. 그래서 난 먼저 돈을 모으기로 했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호주로의 워킹 홀리데이는 생각보다 먼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암시를 받았다. 여분의 돈이 없던 것. 그리고 돈 벌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영어로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난 토익 시험을 공부했다. 이게 잘못 두 번째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공부법을 되풀이한 것이다.


난 820점 정도를 받았고 이 정도면 흡족해했다. 공대생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겨운 한국식 영어 공부법이 다시금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고 난 영어에 대한 마음이 다시금 굳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 돌아오니 영어로부터 느꼈던 자유로움은 없어지고 이전처럼 입이 재갈을 물린 것 마냥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3개월은 너무 짧았던 걸까. 3개월 어학연수를 논하면 어디서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처럼. 결국 호주 워킹 홀리데이도 가지 못했다.


엉뚱하게도 그 뒤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본인 친구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영어로 하면 되지 굳이 왜 일본어를 공부했는가. 그건 사실 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기에 그렇다. 상대방의 머릿속을 알고 싶은 법, 영어는 무언가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느낌이라 그 친구의 모국어인 일본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했고 난 그때부터 일본어에 꽂혔다. 그렇게 일본어와 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엉뚱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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