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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09. 2024

문학으로의 초대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6

그러나 일본어를 공부하는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잡생각을 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나는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사실 아무 죄 없는 친구를 계기로 일본어를 냅다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반일 감정이 일어나던 때라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불매운동을 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컸다. 일본어를 공부해 봤자 도움도 안 되는 거 아니야? 일본어를 공부하면 매국노로 몰리는 거 아냐? 일본어 왜 공부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런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내 안에서 일었고, 난 뚜렷한 대답도 내리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꽂히면 그때 해야 하는 성미라 또 그만두기도 그랬다. 그때쯤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던 나를 구출한 건 일본 문학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일본 소설에 빠져있었다. 나쓰메 소세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꽤나 많이 읽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무덤덤한 듯한 문체가 만나 묘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난 그 후로 일본 소설을 많이 읽었다. 에도가와 란포, 다자이 오사무, 미야베 미유키, 미시마 유키오, 아시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단 난 친일파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위의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난 타 언어권의 소설도 많이 읽었으니 오해하지 마시라. 이때 읽은 책들은 추후에 나의 프랑스어 여정에 시초가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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