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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15. 2024

'말'보다 '글'이요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7

나는 고민했다. 언어란 무엇인가. 난 언어학적으로 일본어를 좋아하는가? 그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저 일본 소설이 좋은 것이었다. 시작은 어느 일본인 친구였지만 일본어에 대한 열망은 일본 문학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그러하다. 나는 원서로 그 문학 작품들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번역본도 나쁘지 않지만 원서로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나는 얼마나 멋질까! 꼭 일본어뿐이 아니라 다른 언어로도! 그러니까 난, 외국어로 하고 싶은 것은 독서 활동이었던 것이다.


간혹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말하기가 전부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영어를 알아도 말하지 못하면 꼭 바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진짜일까? 난 한국어로 이렇게 글을 쓰지만 이걸 말하라고 하면 말 못 한다. 바로바로 떠오르지도 않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쓸 땐 말할 때보다 훨씬 많은 생각들을 적을 수 있고 순서도 조합할 수 있어서 나름 나쁘지 않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말하는 게 외국어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요즘 미디어는 너무나 말하기만 광고한다. 말하는 거 중요하다. 말 못 하면 당연히 의사소통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왜 말하기만 중요한가? 쓰기는? 읽기는? 듣기는? 난 그러니까 외국어로 글을 읽고 싶은 거다. 글을 쓰고 싶은 거다. 난 ‘말’보다 ‘글’을 다루고 싶었다. 말과 글, 엄연히 다른 것 아닌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활동들을 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말레이시아 수업 중에서도 친구에게 편지 쓰는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말로는 전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솔직하고 후련하게 쏟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버벅거릴 테지만 글로는 버벅거리는 게 티 나지 않을 테니까. 또 지웠다 썼다 해서 고쳐쓸 수 있으니까. 말 보다 글의 힘을 믿으니까. 그래서 난 글을 더 좋아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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