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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16. 2024

언어로 벌어먹고 살진 않지만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8

일본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게 되었을 때, 나는 취업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돈을 벌지 않고 외국어만 공부할 수도 없었고 취업을 해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난 공대생이다 보니 전공을 살려 취업했다. 그리하여 점점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취업을 위한 공부, 전공 지식 공부 시간이 늘어갔다. 재미없던 게 사실이다. 푹 빠져서 하루종일 할 수도 없었고 도서관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매일 같이 비슷한 내용을 머릿속에 욱여넣고 싶지도 않았다. 역시나 전공은 맞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아무튼 나는 천만 다행히도 웹 개발이라는 영역으로 취업했다. 그리고 이래저래 이직을 하며 지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속에는 언제나 언어를 향한 갈망이 있었으며, 독서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한 글쓰기 역시 손에서 놓지 않았다. 독일어를 공부했던 나, 영어와 화해했던 나, 일본어와 재회했던 나. 이 모든 나의 모습이 웹 개발이라는 영역에 치여 작아지는 게 싫었다. 개발은 나를 가로막는 큰 돌덩어리였다. 그러나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난 언어로 돈 벌어먹고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언어로 돈 벌어먹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난 전공자도 아니고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고 애초에 문과생도 아니라서 능력이 떨어진다. 언어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난 대학교를 다시 가야 할 것이다. 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언어로 생계를 이어 가기엔 경쟁도 심할 뿐 아니라 영어는 물론이고 제2 외국어가 받쳐줘야 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아닌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오래전부터 영어는 당연한 언어가 되었다. 그러니 나에게 언어는 부수적인 걸로 그친다.


그러나 확실히 언어에 큰 매력을 느끼는 나는 언젠가부터인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쯤 되면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할 테다. 왜 자꾸 언어를 바꿔가면서 공부하느냐고? 하나만 했으면 지금쯤 달인이 되었을 거라고? 그저 나에겐 이게 재미다. 너무 즐거우니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게 즐겁고 새로운 발음체계를 따라 하는 게 신기하고 모르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나 자신이 좋다. 이번에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지게 된 계기는 프랑스 음악 때문이다. 정말이지 배우는 이유도 갖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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