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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23. 2024

독일어와 예술철학의 관계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10

일주일에 단 두 시간, 내가 좋아했던 강의는 바로 존경하는 김 OO 교수님의 ‘독일문화사’였다. 그러니까 내가 일본 문학에 빠지기 전, 나는 독일 문학을 탐하던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이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미학’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논하는 학문에 대하여, 내가 어렸을 때부터 궁금해하던 그 영역이 학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언어의 세계에서 탐험하다 얻게 된 놀라운 깨달음이었고 난 이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지평으로 걸어 나오게 되었다.


미학을 알게 된 후론 철학과 전공 강의도 들어갔다. 그 친구들은 정말 똑똑해서 나랑은 토론도 안 됐다. 나는 그 강의실에선 부끄러운 공대생일 뿐이었다. 물론 그 친구들이 공대로 넘어오는 순간, 내가 그들을 약간은 거만하게 쳐다볼 수도 있을 테지만. 그 강의는 나에겐 수준이 너무 높았던 듯싶지만 난 미학을 향한 어떠한 열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미학과 관련한 책들을 찾아 읽었으며 그들 중 많은 학자들이 독일어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씩 나는 독일만의 예술 철학을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었던 나를 거절한 건 교수님들이었다. 현실적으로 돈이 많으면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난 그냥 받아들였다. 우리 집은 돈이 많지도 않았고 돈을 벌며 대학원을 다닐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땐 막연한 꿈이었기에 그냥 포기선언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다. 돈이 많으면, 돈이 있으면 유학 가서 예술철학을 공부하고 싶다. 그것을 위한 언어가 언젠가 뒷받침되지 않을까 하면서 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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