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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29. 2024

외국어 유목민 생활을 멈추길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11

어찌 되었건, 이런저런 이유로 프랑스어 학원을 중단했다. 확실히 학문적 관점에서 프랑스어 자체가 좋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언어학적으로 특정 언어를 좋아할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건 고사하고, 중요한 사실은 프랑스어를 관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프랑스어를 보면 읽고 싶고 발음해 보고 싶고 단어를 찾아보고 싶다. 아는 단어가 나타나면 너무나 반갑다. 그러나 관둔 것이다. 프랑스어로 된 가사를 따라 부를 수는 있지만, 그런 귀여운 초기 목적을 달성하고 난 후 학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어떤 학문적 지식들에 목이 말랐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더욱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하여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후로 난 오랫동안 아무 언어도 공부하지 않았다. 이직을 위해 토익 공부를 했지만 900점을 달성하고 난 뒤로는 더 이상 토익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에겐 다른 공부가 필요했다. 어떤 자격증을 위한 공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언어를 통해 문화를 알고 역사를 알고 철학을 알고 싶었다.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내가 생각했을 땐 대학 밖에는 답이 없었다. 난 그저 돈을 벌며 일만 했다. 이 나이에 대학이라니, 무슨 말이 되는 소릴.


그러던 와중, 어느 날 난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영국 워킹 홀리데이가 만 35세까지로 조정된 것이었다. 난 이 정보를 접하자마자 어딘가 또 꿈이 샘솟았다. 나, 아직 워킹 홀리데이 갈 수 있는 나이일지도? 오랜만에 공부하려고 하는 영어, 영국이니만큼 IELTS를 공부하고자 여러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예감.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다시 돌아온다. 과연 24년의 나는 외국어 유목민 생활을 잠시 멈추고 영어에 몰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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