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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아 Feb 08. 2024

심부름


<심부름>

     @w_unsoa


한글의 좋은 점은 낱말을 곱씹을수록 그 말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쏜살같다는 말이 쏜 화살 같다는 말이다.      


어느 날은 나이 40이 넘은 자식이 나이 70에 가까운 부모의 심부름을 하다가 그것의 어원을 따져보았다. 

심부름. 아마도 심을 부른다는 뜻이려나. 

심은 힘의 우리말 원어이고, 그 심이 힘(力)이거나 심(心)이라도 의미는 통한다. 

힘과 심 둘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심부름은 성사되지 않으니까. 

힘을 써달라 마음을 부르는 일이거나 혹은 마음을 불러 힘을 써달라는 것이 심부름이라면 

나와 마음이 통하는 누구의 심부름이라도 달게 할 일이다.      


사전적 정보에 따르면 심의 기원은 파악하기 어렵고 부름이 ‘부리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추정은 추정일 뿐. 

누가 누군가를 부리기보다는 힘을 보태달라 마음을 청하는 쪽이 훨씬 정겹고 따뜻하다. 

심의 정확한 기원을 파악할 수 없다면 내 마음의 심을 파악하면 된다.

하여 나는 나만의 추정과 결론을 내기로 했다. 

지금 심부름이나 할 군번이냐는 말로 누군가의 부름을 놓치지 않도록 가능한 좋은 심부름꾼이 되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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