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흐르고 위로 성장하기

by 유선아

딸은 자주 눈물을 흘린다
작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고 다치고
별것 아닌 일을 반추하며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궂은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골몰하려 든다
상담자로 살며 모든 감정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흘러가게 두면 될 것들까지 구태어 끌어다가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것은 지나치다


하루는 그런 딸에게 말했다


-서현아 슬픔은 지나가게 두는 거야.
흘러가게 두면 아무리 큰 슬픔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대도 지나가지만
작은 슬픔을 그릇에 담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인 물처럼 썩는 거야. 서현이 마음도 그래.


이내 눈물을 거두고 딸이 묻는다


-그럼 기쁨도 썩어? 기쁨도 계속 보고 있으면 썩어?


질문이 어려웠다

대답은 더욱이나 어려웠다
슬픔이나 기쁨도 다 같은 마음 중에 하나인데
어떤 것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어떤 것은 흘려보내라는 것이
어린 딸에게는 이해불가에 불공평일까 싶어
그래도 답할 수밖에 없다

-아니야 기쁨이나 행복은 담아두면

김치처럼 맛있게 익어서 서현이에게 힘이 될 거야


실은 슬픔도 썩으면 거름이 되겠지
두고두고 아팠던 마음이 때로는 양분이 되어
어린 딸을 키워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슬픔은 흘러가게 두는 것이

나는 옳다고 믿는다
흘러간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물이 순환하여 비가 되어 오듯이 그렇게 다시 올 테니까
그때 다시 또 맞고 흘려보내는 것


자연의 법칙처럼 마음도 순리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애도라고 생각한다
딸아이의 자잘한 슬픔 비슷한 것들이
당장 애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어른의 입장에서)
자꾸만 끌어안고 있는 버릇이 들지 않도록
자연의 법칙 같은 애도가 순리처럼 스며들도록
멈추지 않고 흘러감으로써

위로위로 성장하도록

나는 열심히 수문을 열어주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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