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살아갈래요
어느새 서른셋이 되었고,
누구에게나 '딱 말할 수 있는 직업 하나쯤은 있겠지' 싶은 나이가 됐는데
나는 그저 감독이 되는 것을 그만 둔 조감독이라는 타이틀 뿐이었다.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를 깎아내리는 이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과 자기 계발서를 쉴 새 없이 보며 자아를 다듬던 나는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불안을 감추려 위로를 찾아다닌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다음 페이지에서 "너무 느슨하게 살아온 건 아닐까" 되묻게 되는 시간들.
누구와 비교가 아닌, 어떤 정해둔 기준에서가 아닌
그냥 이 나이 되면 당연히 무언가를 이뤘을 줄 알았고, 무언가가 되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쩌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 글은 채용공고를 보다 문득 멈춰서 쓰게 된 글이다.
'무엇을 잘하나요?,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나요?',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선택하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스크롤을 멈춘다.
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내세울 게 무엇인가, 이걸 또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오로지 영상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나에게 다른 회로는 희미하기만 하다.
그저 "전 기획을 좋아합니다.", "전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해도 알아줄 사람이 없을 것이기에 또 나는 나를 포장하기 위한 멋진 폰트와 사진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조용한 성찰이며,
나를 꾸미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운 나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선언이다.
제목은 <자연스럽게 살아갈래요>.
가제지만, 어쩌면 이 말이 지금 나에게 가장 솔직한 말인지도 모른다.
원래 제목은 '우리는 모두 불완전체예요'이었지만,
혹시라도 이미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혹시 있다면 그들을 함부로 일반화시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