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인의 영화 노트
25.04.01
Manchester by the Sea
케네스 로너건 감독/ 2017/ 미국
"일단 마개 교체하고 소용없으면 통째로 갈아보세요"
"더 전문적인 추천은 못해주나?"
눈에 초점도 없는 대화들. 재밌다.
수리공인 주인공은 매일 이 집 저 집을 다닌다.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치고, 전구를 갈고, 수도를 점검하면서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듣게 된다.
조용하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고요한 리듬 안에서, 그는 계속 듣고, 묻히고, 살아간다.
울혈성심부전이라는 질환이에요
- 세상에!
뭔지 아세요?"
- 아뇨
근데 뭔 세상에야?
- 뭔지 모르니까 그러지.
내 웃음 포인트
웃음 포인트 2..
추우면 손가락이 있는 장갑을 껴..
잡담도 못 해? 다른 어른들처럼?
시답잖은 얘기 늘어놓고 이자율이 어때요? 운전면허증 잃어버렸어요 남들처럼 못해?
- 못 해, 미안
공감이 되는 대화다.
누군가에게는 '스몰톡'을 자연스럽게 하는 '보통의 어른' 일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큰 감정의 소모가 필요한 일이다.
정말 좋아하는 류의 영화다.
절제된 감정 표현과 이상하게 웃긴 상황들이 들어간 알고 보면 깊고 슬픈 이야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흘러가지만
장면들이 천천히, 섬세하게 고조된다.
주인공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심할 정도로 무뚝뚝한 감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장 깊은 슬픔을 안고, 가장 조용히 견디는 인물이다.
슬픔을 말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점점 그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그 조용한 방식이 오히려 더 깊게 와닿는다.
겉으로 아무 일 없는 듯 보이지만
내내 고요하게 흔들리는 감정의 진폭.
드러내지 않지만 너무 슬픈 이 영화가 좋다.
(유튜브에서 봤는데, 이동진 평론가가 정말 많이 울었던 영화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