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다섯 타래
1. 반갑지 않은 초록
다시 찾아온 초록의 계절을 반기며
매번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새 "어차피 내년에도 또 올 건데 뭐." 하며
그냥 하루를 보내버린다.
무심해졌다, 큰일이다.
2. 이 모든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 슬프다.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들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 덤덤히 받아들여야 할 때,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살아간다.
이토록 쉽게 사라질 이야기였다면 왜 그토록 나를 아프게 했던 걸까.
3. 두 번의 외장하드 복구
45만 원이나 들여 겨우 복구해 옮겨놨던 외장하드가 또 고장 났다.
복구비만 총 100만 원.
나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비용이겠지.
일할 땐 그렇게 쌩쌩하고 멀쩡하더니,
쉬니까 왜 이렇게 약해진 걸까.
생각해 보면 요즘 힘이 빠진 내 몸과도 닮아 있다.
오히려 바쁘게 일할 때 더 튼튼했던 나..
어쩌면 복구가 필요한 건 외장하드가 아닌 나 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일이 하고 싶은 사람일지도...
4. 1인칭과 3인칭
1인칭의 행복감을 느끼다가, 3인칭으로 날 바라볼 때의 그 냉정함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에 분명 행복했는데,
어느 순간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면
그 감정마저 낯설고 냉정해진다.
햇살 가득한 낮, 풍족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푸른 새벽이 오면 어김없이 무언가를 또 갈구한다.
5. 음식은 오히려 식으면 더 맛있는 것
뜨겁거나 차갑거나 그 온도에 묻혀 느껴지지 않던 내밀한 맛이 찬찬히 묻어 나올 때,
아주 고소하고 진득.
(식어가는 엽떡을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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