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착, 생일을 이틀 보냈다.

흩어진 삶 모으기 프로젝트 - 밴쿠버로 간 23살의 일기

by 우수수

2015년 5월 16일 토요일. 스물세 살.


캐나다 도착 첫날.

생일에 인천공항에서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밴쿠버에 도착하니 또다시 5월 16일이다.

생일을 두 번 보낸 셈이다.

하루는 사랑이 풍족했던 세계에서, 하루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세계에서.


도착하자마자 홈스테이 첫 달 렌트비를 가져오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야 하는데, 전달받지 못했던 것이다.

짐을 풀고, 어설픈 영어로 겨우 대화 해 내일 돈을 드리기로 했다.


홈스테이에는 친절한 필리피노 부부와

듬직한 남자아이와 똑 부러지는 여동생 네 식구가 살고 있다.

여기선 그들을 '마미', '파파'라고 부른다.


내 방은 메인 입구를 돌아 작은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반지하 공간.

6개의 방 중 하나였고, 높은 곳에 겨우 붙은 창으로 세상의 3분의 1반 보이는 방이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부모님께 연락드리려다 잠들어버려 또 난리가 났다.

그 사이 어머니가 유학원에 전화해 자정에 마미가 방으로 내려와 나를 급하게 깨웠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일기를 쓴다.


옆방에는 한국말이 들린다. 분명히 옆방에 한국인이 있는 것 같은데,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났을 때 걱정되는 것도 있다. 큰맘 먹고 온 캐나다이기에 친해지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몰라 더 조심스럽다.


아무튼 혼자 마트도 가고 은행도 가고 참. 어떻게든 혼자 풀어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겁나기도, 재밌기도 하다.

내일은 주변을 둘러보고, 쇼핑도 하고 와야지.


생일을 두 번 보내니까 신기하다.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세계.

한국 사람들은 내일을 살고 있고, 캐나다 사람은 어제를 살고 있는 것만 같다.

1시지만 잠은 오지 않지만 일단 자야 한다.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무슨 일 있어도 지하철만 찾아오면 된다. 좋다!

조금 더 이곳과 친해져야겠다.


두 번의 생일과 새로운 세계에서의 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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