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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Sep 15. 2016
詩 그렇게 될 일은 결국
사는게 뭐라고 160914
지난달에 쓴 시를 읽는데
고치고 싶은 문장이 생기고
그 마음이 슬금슬금
연필을 막 던진 내 손가락들 사이로
기어 들어온다
보고 싶다, 고 그녀에게 말하고
그녀에게 준 상처들을 내 외투로 덮어주었지만
갑자기 부는 바람은 너무 강했고
외투를 부여잡은 내 다섯 손가락들은 검은건반처럼 배고파 보였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고
나는 믿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본 백마가 나를 졸졸 따라왔을 때
이천 년 전 사람이 살던 집 아궁이 위에 앉았을 때
처음 잡은 연필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서걱서걱 소리를 낼 때
때 묻은 티셔츠가 유난히 늙어 보일 때
처음으로 나 자신의 상처보다 타인의 상처가 커 보일 때
우리는 바다가 가을에 물들 때의 속도보다
조금 더 느리게
파도를 타고
걸어간다
저 멀리서 온 파도는
왜 지금 내 앞에서 부서지는가
그렇게 될 일은 결국 그렇게 되는가
고치고 싶은 문장들이 내게 말을 건다
나는 그것들을 고치지 않기로 한다
고치지 않는 이유는
고칠 수 없기 때문이야,라고
나는 그 문장들에게 대답했다.
-(黑愛, 그렇게 될 일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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