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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Sep 12. 2016

詩 160911 무제

사는게 뭐라고 160911




가장 어두운 것이 黑, 가장 밝은 것이 白이라고 

그렇게 나누어야 세상이 편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 위에 그렇게 색을 칠해야 언제든 도망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봄꽃이 지고 꽃잎이 흙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그저 돈을 내고 담배를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식사 준비를 하고 커피를 만들고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사 온 음식을 보기 좋은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통해 나는 흑과 백 사이의 세계를 봅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와 나 혼자 떨어져 시를 쓸 때의 괴리가

너무나 커 나는 흑백만을 머리에 넣고 바둑을 두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더 흑심을 날카롭게 다듬었고 

더러울 것이 없는 흰 종이를 지우개로 닦았습니다


나를 가을 하늘로부터 소외시킨

이 흑과 백을 모두 녹여버리면

그제야 세상은 참 많은 것들로 차있음이 보입니다


내게는 불이 필요합니다

나의 눈을 태우고 나의 연필을 태워

나의 집을 따뜻하게 만들

그런 불이 필요합니다.




-(黑愛, 160911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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