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SS Sep 26. 2016

詩 未生 미생

사는게 뭐라고 160926




평소보다 빨리 잠에서 깬 나무가

무리에서 벗어나 고독하게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무

아직 늙음이 시작되지 않은 나무

손가락 10개보다도 적은 나이테를 가진 나무

자신의 몸에 생긴 생명들을 짊어지기에 힘이 드는 草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만나지 못한 新生

오늘을 처음 사는 生命

다시 숲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는 어깨에 묻은 바람을

발견했습니다

갈 곳 없는 바람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이 시드는 것을 보고 슬픔을 달래려 새벽을 나섰는데

나무는 자기 품에 잠든 늙은 바람을 만난 것입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잠시 그 바람을 안아 줍니다

늙은 바람은 조용히 웃으며

나무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유독 밤이 긴 탓입니다.



-(黑愛, 未生)







매거진의 이전글 詩 허기와 소화의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