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안아주었으면 하는 밤

사는게 뭐라고 03.23

by SHaSS


누군가 안아주었으면

지친 하루를 끌고 침대맡에 앉은 나를

누군가 꼬옥 안아주었으면


어려운거다, 그게 어려운거야

내가 나를 완전히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나를 속이고 있었더라, 아니 조종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정도로 난 내맘을 움켜쥐고 있었다


사는게 뭐라고

산다는건 뭘까

행복은 뭘까

당신들로부터 보고 들었던 그 많은 계산들이

어느새 내안에 자리잡아

나도 나의 미래와 현재를 계산하고

나의 순수함과 꿈이나 희망같은 것들을

불안함 위에 덧칠하려고 한건 아닐까


나는 이제 사과해야겠다

또 억척떨며 하늘과 봄바람을 무시했다

아파트 화단에 열리기 시작한

벚꽃이 입을 열고 내게 말한다

너는 오늘 뭘 했냐고, 나와 놀지 않고


그래, 그게 어려운거야

다 내려놓는 것이 모든걸 채울수 있음을

아는데까지 이렇게 오래걸린거야




누군가 꼬옥 안아주었으면 하는 밤이다

등뒤가 시리다

온기가 그리워지고

사람이 그리워지고

노래나 글보다는 오직

사람의 침묵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그대는 오늘도 수고했다

이렇게 자판두드릴 힘이 있는걸보면

나는 아직도 사과해야할 것이

많이 남았나보다


사랑을 노래하면서

가슴 속에선 아직

겨울을 지우지 못했다

집앞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내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다


바다에는 아직도 아이들이 있다

노동자의 새벽은 여전히 퇴근이 없다

외롭고 아프고 지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사랑을 노래하고

시를 쓰고 셔터를 누르는

그런 세상속에 우리는 있다




다가올 새벽에

그대는 편하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비록 그대는 나를 안아주지 못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꼬옥 안아주련다

이 차가운 도시 속에서

나는 오늘도 궁색맞게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


사는게 뭐라고

03.23

-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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