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쓰는가

사는게 뭐라고 05.30

by SHaSS



나는 무엇을 쓰는가

내가 쓰는 것을 나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부끄러움이라고 적는 게 좋을까 나는 궁금하다


불균형으로 닳은 핑크색 구두 뒷굽과

그 구두 속에서 숨 쉬고 있을 네 뒤꿈치에 대해 나는 궁금하다


소설을 읽으며 미간을 찡그리는 네 표정에 대해 나는 궁금하다

철봉에 매달리느라 생긴 손바닥 굳은살, 그 시간에 대해 나는 궁금하다


뾰족한 연필이 나는 슬프다

그 뾰족함이 뭉툭함으로 변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 시작과 끝은 늘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단조로움이 나는 궁금하다


열심히 살 수록 뭔가 더 피곤해지는 너희를 보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나는 궁금하다


하루가 멀어져가고 버스는 곧 떠난다

하루의 마무리는 늘 쓸쓸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떠나는 버스 꽁무니를 잡으려고 숨넘어가도록 뛰어가는 내 자신이다


옆에 앉은 여자는 화장을 고친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이미 충분히 예쁘지만 더 예뻐지려고 화장을 고친다

네 마음, 그러니까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나는 궁금하다


나는 무엇을 쓰는가

내가 쓰는 것을 감히 詩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는 생각해왔다

문장 안에 나는 어떤 걸 넣었을까

다행인 건 내가 詩라고 말하고 싶은 문장들이

그렇게 쉽게 쓰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


그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나는 겨우 이불을 부여잡고

잠에 들 수 있겠다



-(나는 무엇을 쓰는가, 이장현)





사는게 뭐라고


05.31


詩라고 말하고 싶은 문장들이

잘 나오지 않는 요즘입니다


사람과 사물과 풍경을

관찰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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