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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십육년칠월

사는게 뭐라고 07.28

by SHaSS



여기, 매일 연필을 깎는 사람이 있다고

허공에 소리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연필을 깎는 사람이 있다고

노래하는 일만은 그만둘 수 없다


여기, 매일 촛불을 켜고 두 손 모아 밤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이 있다고

화려하게 또는 멋있게 소개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촛불을 켜고 불이 커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을

초연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그 낭만과 고독을

너도 한번 느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종이 위에 베껴보는 일만은 그만둘 수 없다


어느새 칠월이 무너진다

폭신한 침대보다 딱딱한 마룻바닥이

더 편안한 밤을 만들어주는 이 여름

나는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쓴다



-(黑愛, 십육년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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