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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사는게 뭐라고 08.10

by SHaSS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땅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너무나 짧아 우리의 눈은 그 발자취를 잡지 못한다,

우리의 귀가 그 소리를 잡지 못한다고 해서 발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늘 그것들은 소리를 내고 있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소리는 있는 거야


말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것

중얼거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

울고 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 것

들리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생각은 했지만 말할 수 없던 것들


재즈를 들으면 트럼펫과 담배연기가 생각난다

어느새 내 귀 옆에 트럼펫에서 나오는 공기가 귓볼을 만지고 있고

내 가난한 손은 담배에 붙일 불을 찾고 있다


사과 반쪽 같은 달빛을 온몸에 바른

초라한 여름 나뭇잎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소리가 난다

풀벌레 소리 치익치익 웅웅웅

낮과 밤의 풍경이 이리도 다른 것은 여름이기에 그렇겠지


재즈와 밤길 모두 다른 색을 띠고 있는 그림이다

나는 그 그림 속을 걷고 있는 미친 젊은이이지

늘 그렇듯, 쓰기 위한 감상은 오래가지 못하지

쓰고 싶어 지는 밤은 늘 손에 꼽는다


재즈가 좋다.




-(黑愛, 소리)


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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