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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Aug 19. 2016

詩 별과 사랑

160818




잠수교를 뛰고 걷고 달리는 모든 사람들 속에 우리 둘도 있었다. 

잠수교를 달리는 만원버스 사람들의 눈에는 이 아름다움이 보일까 생각한다.

잠수교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걷고 그러다 잠시 머물고 다시 걷고, 우리는 걸었지 계속 말했지 들었지, 근데 무엇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너의 눈에 서울의 밤이 별천지로 보인다는 말에 

나는 겁이 났다.

어렸을 적 그림을 그렸던 시절 크레파스로 늘 밤하늘의 별을 *로 그렸던 것이 기억났다.

너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적게 내 눈에도 별이 보였고 

나는 빨대로 그걸 빨아 마셨다.

한강의 얇고 가늘게 펼쳐진 물결이 별천지 아래에 우릴 위해 소리 없이 있었고 

주황색 불빛은 이 세상에 너와 나만 남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내가 내 마음을 말하고 네가 네 마음을 말하고, 

왜가리는 밥을 먹고 백로는 우리의 관심을 피해 멀리 얕게 날아간다.

바람은 내 머리칼을 날리고 너의 다리 사이를 지나 

다시 이쪽에서 저쪽으로 열심히 춤을 추네.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 사이에 놓인 심연을 털어놓는다.

겁이 많고 용기 없는 난 아직 우리가 사랑을 나눈다고는 얘기하지 못하겠다. 

그저 너와 내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는 것. 

우유 한 잔을 마시면서 이 글을 쓰는 지금,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눴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너의 목소리와 네 냄새를 네 눈에 가득하다던 서울의 별들과 함께 먹어버렸다는 것.

'그건 말이지, 마셔버린 우유 한 잔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내 몸이 된 거야.

그래서 기억할 수 없는 거야.'


여름밤의 꿈처럼 벌써 아득하지만 나는 아마 밤새도록 

너의 세계를 만지고 쓰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내 손에는 네 머릿결의 촉감이 남아있다. 

오늘 밤은 그것으로 내 몸을 씻고 덮고 자야지.




-(黑愛, 별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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