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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an 27. 2020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과 조직 변화관리

리더의 역할


드라마에서, 롤모델을 만나버렸다.


도깨비, 스카이캐슬, 동백꽃필무렵 ... 수많은 걸작 드라마에 몰입했고 열광했지만 내 삶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저 삶을 위안하는 이야기와 인물에 그쳤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현재와 미래의 내 삶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구정 연휴에 뒤늦게 스토브리그를 정주행했다. 처음엔 백승수 단장(남궁민)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꽂혔다. 직구를 던지고 생각과 논란의 파문 뒤에 비로소 듣고자할 때 설명하며 완성하는 그 화법이 너무나 탁월했다. 하지만 그것은 손가락에 불과했다.


핵심은 그가 조직을 바라보는 눈에 있었다. 백 단장의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첫 발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단장으로서 감독을 세우고,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한다. 드림즈가 우승하기 위해 시스템의 중심을 명확히 하고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한다.


백 단장의 리더십이 훌륭한 것은 그의 변화관리에 있다. 드림즈는 그냥 꼴찌팀이 아니다. 한때 준우승까지 올랐던 과거의 영광이 곳곳에 묻어 있는 팀이다. 이런 팀은 현위치를 바라보는 관점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백 단장은 채용, 평가, 교육 등의 기본축을 활용해 조직원이 같은 출발선 상에 오르도록 만든다. 물론 이 과정은 각 파트의 공동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훗 날을 위해 두 가지 깨달음을 기록해 둔다.


스토브리그 (SBS, 2019-2020)



01 결정된 것은 환경으로 받아들인다.


조직의 장이 될수록 위로부터의 압박과 제약은 실로 거대해진다. 드라마는 단장의 행동반경이 사장, 구단주, 그룹 회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점점 줄어드는 자원으로 투자를 하면서 이전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야한다. 단기 성과 이후의 최종 그림에 대한 생각은 또 저마다다. 이 가운데에서도 조직의 수장은 조직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 백 단장은 협상의 끈을 팽팽하게 당긴다. 연봉 논의에도 물건값을 깎듯 흥정했다. 하지만 문을 닫고 나오면 결정된 상황을 가감없이 받아들인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감정적인 소모가 없다. 그 안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들을 찾아간다. 물론 악몽을 꿀 수도 있고, 설겆이할 때마다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안에 무엇이 충돌하건간에 그는 절대 직원들에게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 간격. 큰 가르침이다.


목표를 함께 설정한다는 착각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다. 드라마 어디에서도 우승에 대한 논의는 없다. 오직 방법에 대한 고민만이 앞뒤로 빼곡히 늘어선다. 모든 조직은 탄생부터 고유의 목적이 부여된다. 스포츠는 우승이고, 기업은 이윤이며, NGO는 미션 해결이다. 그 목적을 바꾸려는 것은 넌센스다.



02 각자의 포지션에 집중하게 한다.


조직이 조직의 과업을 달성하려면 조직의 총합이 개인의 총합 이상이 되어야 한다. 우수한 사람들을 뽑았는데 함께 일했더니 개인의 합보다 오히려 낮게 나온다면 그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이너스의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백 단장은 조직이 함께 고민해봄직한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질문의 출발은 특정 부서를 향하지 않았다. 단장으로서의 중요 결정사항에서 출발했다. 선방을 날린 셈이다. 선의견 후결론이라는 미적지근한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 포지션의 기대역할을 일깨운다. 그가 습관처럼 하는 "늘 해오던대로 해주시면 됩니다"는 정말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힌 돌은 과감히 솎아낸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버리거나 내치는 모습이 아니라 교환(트레이드)이나 발탁(용병, 승진)의 형태를 동반한다. 이는 아주 절묘한 기술인데, 이런 접근은 조직에 변화를 주면서도 구성원에게 위협감보다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심지어 그의 결정들은 야구라는 생태계와 언론이라는 여론이 함께 공감하고 춤추게 만든다.


직장의 신 (KBS, 2013)



드라마는 11화에 이르렀다. 우승 이후에 드림즈는 해산될지, 백 단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조직을 정규직이나 정치 게임이 아닌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백승수 단장이 선택하는 길은 '미생'의 오상식 과장(이성민)이나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과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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