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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May 04. 2020

PR은 서비스일까, 솔루션일까

의뢰인 게임


대행사 3년차 때였습니다. 친한 후배와 야근 저녁식사 중에 난데없이 난상토론이 펼쳐졌습니다.


주제는 “우리(PR 실무자)가 제공하는 것은 서비스인가 솔루션인가” 였습니다. 그 즈음 저는 프로페셔널리즘에 꽂혀있었고, 녀석은 한결같은 서비스주의자였죠. 동전의 양면이었지만 15년의 시간에 비추어보면 출발점은 서비스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PR은 의뢰인을 필요로 합니다. 보수적인 시각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PR 실무자가 주인이 되는 순간, PR은 산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실무자의 마인드에 따라 PR은 마을버스가 될 수 있고 전용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의뢰인 또한 영업부서 동료가 될 수 있고 회장이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20대에 누구를 만나느냐가 자신의 40대를 결정하는 것처럼, 어떤 의뢰인을 만나느냐가 자신의 PR 세계를 결정합니다.



조직의 성장에서 출발한다


서비스의 출발은 조직의 성장을 담당한 부서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업이라면 영업이고, NGO라면 모금이 해당됩니다. 이들의 타겟은 PR과 달리 명확합니다. 고객 또는 후원자이죠.


매출을 책임지는 동료들은 까탈스럽지만 노련한 일당백입니다. 이들에게서는 각종 현장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경쟁사, 시장 트렌드, 정책동향은 물론 조직의 강점과 약점도 알 수 있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단계에서는 광고와 프로모션 등 대규모 마케팅 접근도 실험할 수 있습니다.

현장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부서와의 소통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투자 사이에서 전략적인 메시지를 설계하기 위해서 입니다. 여기에는 전략과 연구 부서가 해당됩니다. 안정적 성장 측면에서는 전에 없던 신상품보다도 시장의 반응이 좋았던 스테디셀러의 개량판을 준비하는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PR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소중한 소스들입니다.


image from Clustaar



발품을 팔아 니즈를 파악한다


PR이 서비스 부서를 자처한다고 해서 모두가 환영하며 입을 열어주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타부서이고 외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PR은 언제나 그렇듯 ‘발’로 시작해야 합니다. 내부 회의자료나 외부 기사들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다듬어 해당 실무자에게 메일을 보낸 뒤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몇 차례의 방문과 문답이 오가면 의심과 오해가 누그러듭니다. 좀더 시간이 쌓이면 일정과 활동을 공유하고, 진행 중인 주요사안에 대한 의견도 교류하게 되죠. 아이디어가 기획 수준으로 오르게 되면 실무자의 교류가 부서의 협업으로 발전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게 됩니다. 서비스로 시작해 솔루션으로 끝나는 것. 이건 꽤 멋진 경험입니다.


다만, 모든 의뢰인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최일선 부서는 일당백 전문가이지만 특정 목표에 매몰되어 있어 큰 그림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은 수익성 높은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해당 영업부서와 기획시리즈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장을 조명하는 기획이다보니 경쟁사 터치가 필요했고 그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소와 크로스 체크를 진행했죠. 연구소는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영업은 강경한 자세를 꺾지 않았습니다. 기획은 영업의 의도대로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image from Inside Retail






TIP. 협업에 필요한 이메일 기술


모든 선의의 협업이 아름답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중요한 합의는 증거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메일로 남긴다면 베스트입니다. 현장 동료들과 일을 할 때 어려운 부분은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도 베테랑인 만큼 훗날 책임소지가 될 여지를 굳이 남겨두지 않으려고 하죠. 때문에 협업의 출발점인 문의부터 이메일을 디폴트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메일은 강력한 증거이자 공적 문서가 됩니다.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에는 이메일 수신자의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실무자간의 1:1 커뮤니케이션에서 부서장들을 참조로 넣어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시키는 거죠. 이 때 협업의 상대방은 긴장하게 됩니다. 가볍게 갈 사안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며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협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해당 부서에 공로를 돌리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리더가 참여하는 전체 회의에서 공식 발표하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 밖에도 이메일로 뉴스 모니터링을 전달할 때 링크나 파일을 첨부하면서 취지를 덧붙이면 좋습니다. 이 작은 성공사례는 모든 부서에 중요한 협업은 PR 부서와 협의해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곧 메신저나 이메일이 날라올 겁니다. 바로 회신하지 마시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오세요. 이제부터는 리듬을 주도해야하니까요.



*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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