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군 May 10. 2020

기자 미팅보다 기자 문의가 더 쎄다

언론 협업


PR은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활동입니다. 다양한 공중을 만나는 만큼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울 수 있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과제를 주며 함께 성장하는 이는 기자입니다.


좋은 기자는 훌륭한 질문을 던집니다. 때문에 기자와 1시간 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몸담고 있는 조직뿐 아니라 조직이 속한 생태계의 국내외 동향까지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과 조직이 서로를 간파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회장님 보고보다 기자와 독대하는 것이 늘 더 긴장되고 설렜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상대할 수 있다면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image from responsewebrecruitment



첫 미팅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자미팅은 첫 미팅이 중요합니다. 특정 목표를 위해 미팅을 잡았다면 어떤 대화가 오가건 간에 한 가지는 확실히 제안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안은 보도자료가 될 수도 있고 취재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결과물보다도 그 미팅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기자미팅이 모두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미팅은 PR 실무자를 한 뼘 성장시킵니다.


하지만 기자미팅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정보나 자세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만나느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특색 있는 공간이면 좋습니다. 물론 찾아오기 편한 위치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홍보와 취재로 대화가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시공간의 대화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기자의 명함에 첫 미팅의 일자와 장소를 기록해 놓곤 합니다. 첫 미팅에서 기자를 세 번 웃긴다는 별난 목표를 가진 동료도 있었습니다.


image from qcurban.org



문의 한 건이 만들어내는 임팩트


기자는 모두가 쓰는 보도자료보다 단독 기사를 원합니다. 일련의 기자미팅과 퍼블리시티 활동이 쌓이고 시의성과 취재력이 결합되면, 어느 날 언론으로부터  한 통의 문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기자미팅과 반대의 프로세스로 일이 전개되죠.


문의 자체는 힘이 없습니다. 방어적인 태도로 뭉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PR인의 진가가 결정됩니다. 문의 의도, 기자 필력, 언론사 성향, 그리고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행 여부를 판단합니다. 취재에 협조하게 된다면 PR 실무자로서는 상상도 못한 깊이와 너비의 공동기획 기사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료 전달, 재문의, 자료 보강의 숨가쁜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초기 구상보다 몇 단계 깊은 단계로 뻗어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서도 진지한 대화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언론 취재는 조직 주도의 퍼블리시티와 다르게 내부 고급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CEO의 컨펌이 필요한 경우가 많죠. 이 과정은 공중의 니즈가 조직 상부로 연결되는 진정한 PR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image from crowe-associates


이미 기획이 상당히 진행된 후라면 기자도 PR 실무자도 발을 빼기 어렵습니다. 이미 발행면이나 방송일을 확정했을테니까요. 때문에 이 때는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할지, 공개한다면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도 모두 협의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모두 양보하진 마세요.


결국 기획기사는 나옵니다. 제대로 쏴 올린 기획기사는 임팩트가 상당합니다. 정부, 경쟁사, 전국의 잠재고객들이 반응합니다. 하지만 임팩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자와 PR 실무자 간에 형성된 신뢰는 상부조직의 미팅, 인터뷰, 네트워킹 등 후속 협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문의 하나가 조직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소개한 서비스 마인드와도 맞닿습니다. 다만 내부 공중에서 외부 공중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 것뿐입니다.






Tip. 외부 공중 문의는 CEO 이슈보고서로


언론을 비롯해 외부 공중의 문의가 있을 때 CEO 이슈보고서를 만들면 효과적입니다. 가급적 보고서는 1 페이지로 정리하면 좋습니다. 1페이지는 CEO의 시간도 덜 빼았지만, 그보다도 PR 실무자 스스로가 사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돕습니다.


들어가는 내용으로는 문의내용, 배경, 문의자 정보, 기대효과, 실무자 의견, 고려사항 정도가 포함되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려사항’입니다. PR 실무자가 민감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해당 업무와 부서에 대한 입장을 넘어서 조직 차원의 피해는 없을지 검토해야만 합니다. 고려사항은 CEO가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조직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리스크나 기회비용에 해당됩니다. 일정이나 예산과 같은 숫자들도 함께 고려되면 좋습니다.


CEO 이슈보고서는 CEO까지 올라가지 않고 적당한 상부조직에서 검토되고 종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CEO 이슈보고서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외부 공중 문의는 CEO가 알아야만 하는 사안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둘째는 외부 공중 문의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CEO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확립할  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은 보고와 컨펌을 통해 해당 외부 협업에서 PR 실무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언론 취재와 같은 민감한 외부 협업은 초기 CEO 컨펌이 있었더라도 상황의 변화로 중단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때문입니다.



* 표지 이미지

https://www.timeshighereducation.com/blog/do-graduate-students-really-have-raise-their-hands-class


매거진의 이전글 PR은 서비스일까, 솔루션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