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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l 02. 2020

전환점으로 조직원을 헤쳐모으는 소통

변화관리


이제부터는 힘 빼고 사례 이야기나 해볼까요. 첫 키워드는 멀고도 드문 '변화관리'입니다.



이상한 대기업이 있었습니다



오랜 역사의 제조업 기업에 강경 노동조합('노조')는 기본 옵션입니다. 매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체결할 때면 노조의 기세는 하늘을 찌릅니다. 사측과 상여,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하는 협상판에 오르니 극적인 액션을 취합니다. 결국 악수하며 웃는 모습이 한편의 쇼같기도 하지만 사무직도 마음 속으로 노조를 응원합니다. 열매는 모두의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상한 기업이 있었습니다. 그 기업은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워 몰아 세웠습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하면 될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떠들었습니다. 그것도 에이전시를 통해 전략적으로 화려하게 몰아갔습니다. 그건 사냥이었습니다.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시절을 겪고 나니 그 건 눈물 흘릴 일이었습니다. 부끄러운 PR이었죠. 회사가 어렵다고 함께 허리띠 졸라 매자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사측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노조의 탓은 없었을까요?



그런데 직원 소통은 누가 하나요



변화관리는 PR 공중 중에서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커뮤니이션('사내컴')의 하나입니다. 조직이 살아남거나 성장하기 위해서 체질을 바꿔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변화관리는 그런 전환기에 요청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스토브리그의 드림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갖춰진 조직은 내부 직원보다 외부 공중과의 소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씁니다. PR 부서에 사보나 조직문화 담당자가 있기도 하지만, 내부 직원과의 소통은 인사팀에서 주로 담당합니다. 하지만 인사팀이 어디 소통하는 부서인가요? 인사팀은 채용, 교육, 평가, 승진, 징계로 정신없습니다.


담당 부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부 소통이란 사실상 이벤트성이거나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뉴스에 회사가 나오고, 주가가 요동치고, 주변에서 괜찮냐고 묻기 시작하면 바로 그 때입니다. 이 때 인사팀이 마이크를 쥐면 직원들은 백 중에 백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정리해고 떴구나.



노조보다 직원을 더 걱정하는 CEO



회사가 어려워지면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정리해고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투자를 늦춥니다. 이때 직원들은 모두 한 사람의 입만 바라봅니다. 바로 조직의 리더입니다.


운이 좋게도 PR대행사 시절에 한 회사의 변화관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사람은 CEO였습니다. CEO는 경쟁사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모두 한 상태였고, 정리해고 카드 정도가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내보내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급여삭감으로 의견을 모으고 싶어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가급적 많은 직원들이 회사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았으면 하는 CEO의 마인드였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TF에 기획, 인사, 영업, 생산 등 주요 부서를 포함시켰습니다. 생산 담당자는 노조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선정했습니다. 노조와도 긴밀히 소통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몇 주간 밀도 높은 워크샵이 이어졌습니다. 회사의 상황을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누군한테까지 알릴 것인지, 어떤 방법을 채택할 것인지 등의 논의가 오갔습니다. 술도 먹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되었으면 하는 회사입니다. 오랜만에 찾아본 그 회사는 다행히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며 성장 궤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상한 대기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 매각됐습니다. 손꼽히는 글로벌 플레이어이자 캐쉬카우였지만 10년을 못 갔죠. 슬프게도 그 결단은 회사 자체의 결단이 아니었습니다. 결단은 그 위인 그룹 차원에서 결정됐습니다.


복기해본다면 노조를 몰아 세운 사람들도 아마 회사 경영진이라기 보다는 그룹 수뇌부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조는 회사가 번 이익금을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곳으로 빠져나가는 이상징후를 눈치채고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변화관리 전문가의 삶



일찍부터 변화관리에 뜻을 품은 동료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조직원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그 뜨거운 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처음에 외국계 글로벌기업으로 갔습니다.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 회사는 새로운 야심찬 비전을 설정하고 전 세계 지사들이 그것을 향해 달려가게 할 줄 알았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에 걸맞는 평가와 인사시스템이 뒤 따라야 합니다. 회사는 뉴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젊은 리더들을 세우고 그 표상들을 전 조직원의 가슴에 심는 작업을 했고, 그는 그 일의 책임자였습니다.


동시에 그 회사는 인수합병의 대가였죠. 미래의 성장동력을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확보했습니다.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회사들은 피인수된 회사의 조직원들을 통합하는 단계에서 변화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단지 교육과 워크샵만 하는게 아니라 대형 이벤트를 기획해 본부 CEO가 방문해 동기부여를 하는 작업까지 하죠. 하지만 그 중 하나가 탈이 나면서 그 부서는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이후에 그는 국내 글로벌기업으로 갔습니다. 그 기업 역시 다른 회사를 인수한 뒤 합병작업에서 변화관리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는 소신이 있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변화관리는 결국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PR 커리어에서 조직이 출렁이는 시기를 겪는 건 여러모로 큰 경험입니다. 조직과 삶에 대한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죠. 그 시기에 리더십에 대한 안목과 변화관리의 가치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노조에 설 수도 있고 (송곳, jtbc)


사측에 설 수도 있죠 (스토브리그,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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