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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l 27. 2020

퍼포먼스 PR 부서를 만들 때 가장 필요한 것

보고라인과 예산

집행 예산이 1백만 달러 이하인 소규모 단체의 경우 보통 최고관리자가 이(브랜드)를 관리하고 감독한다. 예산이 1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 사이로 소규모와 중간 규모 사이에 있는 단체의 경우 커뮤니케이션까지 포괄하는 모금부서 총괄자가 관리 및 감독을 수행한다. 더 큰 규모의 단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대외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의 총괄자가 필요한 업무를 감독한다.

- <브랜드레이징>, 사라 더럼, 2013, 나남 p.57


NGO에서의 PR의 역할을 고민하며 읽었던 <브랜드레이징>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조직의 예산 규모와 PR 부서의 독립성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비영리 부문의 NGO 단체의 브랜드 관리를 다루었지만 이는 일반 기업과 단체에게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을 다듬으면 'PR 부서가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정도가 되겠네요. 원론적인 대답은 목표와 평가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이들을 결정하는 현실적인 환경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PR 부서는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먼저 이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PR 부서도 단체의 일원인만큼 단체를 떠나 존재 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여기에서 말하는 독립성이란 단체 내에서의 독립성을 뜻합니다. 감사팀이 조직도상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편할 겁니다. 모든 구성원을 상대하면서 단체의 핵심가치를 지키고 구현하는 과업들에는 그에 걸맞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독립성은 'PR 부서장이 CEO나 대표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가'하는 보고 라인의 이슈입니다. 그룹이라면 회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PR 부서가 기획, 영업, 경영지원 등의 어느 한 본부나 사업부에 속해 있다면 사실상 독립성은 담보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외부 여론이나 공기의 변화를 분석해 제안을 올려도 다른 임원들에게는 그저 소속된 본부의 입장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또한 고민하고 제안할 수 있는 범위도 소속된 본부의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보고라인은 PR 실무의 목표와 평가기준을 결정합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본부 안에 있으면 매출 관련 지표로 평가를 받을 것이고, 경영지원 본부 안에 있으면 사내소통이나 조직문화 지표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CEO 직속으로 독립적인 보고 라인이 구축되어 있다면 외부소통이나 관계형성 등의 지표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평가는 성과를 결정하고 동시에 PR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결정합니다.



부서 예산이 많아지면 독립성도 높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반대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산이 많은 부서는 주요 부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 예산은 대부분 꼬리표가 달려 있는 비용들입니다. (잠재)고객, 이해관계자, 언론, 로펌들로 향하죠. 단체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공중들이다보니 최대한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써야합니다. 독립성 운운할 세계가 아닙니다.

 

작은 규모의 단체는 마케팅과 영업 예산 비중이 큽니다. 어느 수준까지로 성장을 견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기업으로 갈수록 리스크 관리에 대한 숨은 예산 비중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법무팀이나 대외협력팀의 예산이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독립성을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의 예산은 필수적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예산은 독이 든 사과나 다름없습니다. 예산이 커질수록 결국 숫자로 평가를 받는 세계로의 진입을 뜻하죠. 하지만 어디 PR이 모두 친절하게 숫자로 환원되는 활동인가요? PR활동 중에서 타부서에 비해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네 가지 활동이 있습니다. 이들 활동을 간단히 살펴보며 예산이냐 독립성이냐를 좀더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Top 예산항목: 광고, 협찬, 행사, 업무추진



광고는 가장 규모가 큽니다. 한국 언론사들의 주 수입원 또한 이 광고 예산입니다. 동시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들의 성장동력이기도 합니다. 광고는 제작비보다 매체 집행비를 주목해야 합니다.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비중을 낮추면 몇 백만원으로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고민 지점은 한정된 예산에서 미디어 채널이 분화되다보니 크리에이티브 기획에 투입할 자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타겟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광고는 부서의 예산 규모를 뻥튀기 시켜줍니다. 하지만 미디어 채널의 분화로 에이전시 의존도가 높고, 무엇보다 평가지표를 투입대비 효과로 도배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광고는 매출을 담당하는 마케팅 부서에서 담당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 편이 언론과 일할 때에도 여러모로 서로에게 안전선이 되어 줍니다.


협찬은 광고보다 규모는 적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도가 높은 예산입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할 때는 특집기사나 공동기획을 협찬할 수도 있고, 행사나 캠페인을 후원할 수도 있습니다. 협회나 대학교의 행사를 후원하기도 합니다. 협찬은 외부 공중과의 관계형성 측면에서 고도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 활동입니다. 협찬은 보고 및 검토 과정에서 PR부서장과 대표의 대화를 촉진시킵니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지만 우호적인 공중을 만드는 중요 활동인만큼 협찬은 PR 부서에 필수적인 예산 항목입니다.


행사는 예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메시지 임팩트를 높이고 PR 부서의 독립성을 가시화할 수 있는 똘똘한 예산입니다. 이 때의 행사는 외부 행사이거나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경계를 넘어서는 통합 행사가 바람직 합니다. 중요한 건 대표의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행사를 할 수도 있고, 계열사나 지부를 통합해 행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행사는 외부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대표 및 임원들과 연결시켜주고 향후 협력을 도모하는 포맷이 이상적입니다. PR 부서에 필수적인 예산 항목입니다.


PR 부서는 대표 다음으로 업무추진비를 많이 쓰는 부서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그만큼 다양한 외부의 공중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PR 부서장들이 저녁 미팅이나 주말 골프도 그런 대외활동들에 해당됩니다. 위의 세 항목에 비해 구체적인 결과물이 남는 활동은 아니지만 PR 부서장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 때 다른 활동들에 대한 기획력과 실행력도 배가가 됩니다.



퍼포먼스와 독립성, 무엇이 먼저일까



그렇다면 둘 중에 무엇이 먼저가 되어야 할까요? 실무의 세계에서 업무 프로세스는 곧 환경입니다.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하죠. 목표와 평가, 그리고 성과와 요구역량까지도요.


그런 이유로 저는 독립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체 내에서 PR은 길을 잃고 말 겁니다. 부디 훗날 PR 부서를 셋팅할 때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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