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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Sep 28. 2020

한국의 PR, 그 짧은 역사

고객과 공중 20년 변천사


한국에 PR 개념이 들어온 게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으니 한국 PR의 역사는 고작 30여년입니다. 그 기간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급성장한 시기이며, 또한 세계화 물결 속에서 MS,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가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문법을 뒤바꾼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출근과 미팅 등 산업화 시대의 비즈니스 관습이 곳곳에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생존을 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중이죠. 한국의 PR도 그러한 변곡점을 거쳐왔습니다. 변화의 모습이 불확한 지금, 잠시 멈추어 걸어온 길을 함께 돌아보시죠.



닷컴버블, IMF, 신자유주의 (WSJ, 하나금융)



해외 제품과 서비스의 한국 시장 진입


저는 2000년대 중반에 PR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은 IT, 제약, 금융 산업의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한국에 진출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력이 있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아웃소싱으로 PR회사를 선택했습니다. 닷컴버블의 끝자락에 유튜브도 PR회사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었죠.


PR을 공중관계라고 했지만 초기 활동은 언론 퍼블리시티 중심이었습니다. 새로운 개념과 트렌드를 앞세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선도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런칭 행사와 공동기획으로 출발했던 게임은 좀더 한국 밀착형 활동을 고민하면서 캠페인이나 사회공헌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소비자 중심에서 시민으로


그런 PR이 보다 넓은 공중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은 과천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IMF 이후 한국 경제 회복 단계에서 외국자본의 진입을 늘렸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회복된 역동성 위에서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를 불어넣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책 홍보 시장이 열렸습니다. 당시 통계청, 노동부, 환경부, 교육부 등이 국민들에게 정책을 알리기 위해 홍보용역을 발주하기 시작했고 PR은 소비자에서 국민으로 공중의 범위를 넓히게 됩니다. 이는 더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실험을 촉진했습니다.



주요 그룹 계열분리, 가짜뉴스 전파경로(동아, 한겨레)




국내 대기업의 성장과 계열분리


2008년 금융위기는 커뮤니케이션 세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투자은행의 가면이 벗겨졌고, MBA가 황금오리를 잃었으며, 아이비리그 인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하면서 해외 커뮤니케이션은 아웃소싱 체제로, 국내 커뮤니케이션은 인하우스 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킵니다. 많은 동료들이 이 시기 대기업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도 2010년대 초에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파괴적인 소용돌이가 있었습니다. 최근의 한진그룹 사태처럼 국내 대기업들은 2세 경영에서 3세 경영으로 이동하며 경영권 분쟁과 계열 분리의 과도기를 겪는 시기였습니다. 대기업의 공중관계는 언론은 물론 사정기관과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까지 감안해 전방위적으로 펼쳐야 했습니다.



전통 언론의 추락과 뉴미디어의 폭발


한편, 녹색성장과 세월호 사건을 거치며 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과 함께 추락하는 동안 디지털 세계에서 뉴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포털과 언론의 장벽을 넘어선 대안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은 정보의 확산 방식을 리셋했죠. 그 틈을 파고들며 정보기관의 댓글활동과 가짜뉴스도 빠르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 시기 PR회사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기존의 영역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디지털을 중심으로 재편되게 됩니다. 디지털 세계는 공중을 한층 더 세분화하고 다원화하게 됩니다. 또한 디지털 세계의 채널과 플레이어의 다변화, 그리고 이를 타겟팅하는 광고 엔진의 진화는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주게 됩니다.






돌아보면, 변화는 개방이나 몰락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문은 언젠가 열릴 것입니다. 국가 재정이 방역과 부향에 힘을 다한 뒤, 그 어느 때보다 더 활짝 열지도 모릅니다. 그 사이에 어떤 사정이나 이유로 변화할 수 없는 세력은 힘을 다할 것입니다.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작고 단단한 일상을 회복하고, 부디 함께 슬기롭게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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