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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Sep 30. 2018

재난 현장에서의 USAID-미군 협업

인도주의 활동가 시즌1 종료를 앞두고 #1

M-1


#1


결심을 하고 뛰어 든, 국제인도주의단체에서의 생활도 한 달 남았다. 2년 계약으로 시작했던만큼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시점인 듯 하다. 이 기록이 십 년후의 내가 지난 발자취를 되새기고, 또한 같은 고민을 하는 알지 못하는 미래의 동료들에게 안내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서울의 사무실에서 일했다. 활동가하면 떠올릴 법한 극빈지역이나 분쟁지역이 내 현장은 아니었다. 때문에 단체의 존재의의인 극빈층의 삶을 이해하는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았다. 하지만 나름 현장에서 평판이 좋은 국제NGO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벌어지는 많은 정보교류 활동들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을 기록하려고 한다.


[Figure 1.1] the World's 15 Deadliest Natural Disasters Since 1900



#2


작년, 한 비공개 행사에서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해외 재난 및 비상사태 발생시 어떻게 군대와 대사관들과 협업하는지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소개했었다. 당시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대응 여부에 대한 자체 기준이었다. 재난 국가의 요청과 재난의 사이즈 등의 기준도 있었지만 첫번째로 언급된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interest)였다. 명확한 정의는 없었지만 참으로 미국답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세금을 토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견 마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OECD DAC 회원국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둘째는 군대와의 협업이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프로세스 상 어떤 조건(국방부 메모?)이 충족되면 USAID는 군대의 물자수송을 활용할 수 있었다. USAID는 국무부 직속으로 비군사적 원조를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국방부 소속인 육해공군의 군함, 수송기, 헬기 등을 활용해 식량과 비식량물품들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장에서의 결정권은 군대 지휘관에게 있는 듯 했다.


마지막은 대사관의 포지션이었다. 앞에서 보듯 미국의 해외 재난 대응은 다양한 부처간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와 국방을 담당하는 국방부는 각각의 별도 의사결정 및 지휘 라인을 가진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은 해외 재난 대응에서 점점 대사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행정조직상 대사는 국무부나 국방부에 소속되지 않고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다. 클로징과 함께 강조된 이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3


이 날의 충격은 꽤 컸고 오래 갔다. 국경 밖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큰 힘의 구조와 논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각자의 규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간다. 문득 나는 그 세계를 더 이해하고 싶었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한국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밖의 세계를 공부해보고 싶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될지, ODA 해외원조가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 공부가 한반도로 연결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국과 북한에 평화가 조성되고 우리가 4강 외교의 벽을 넘어서서 세계에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설 때, 양국의 국방부와 군대 그리고 대사관들이 함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한층 더 발전적일 것 같다. 그런 프레임워크가 갖추어진다면 KOICA는 물론, NGO나 기업을 막론하고 민간의 국제협력의 폭과 너비도 전례없이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행사와 관계없으며, 아래 논문에서 발췌했습니다.

The U.S. Military Response to the 2010 Haiti Earthquake: Considerations for Army Leaders

January 2013, RAND Corporation

Gary Cecchine, Forrest E. Morgan, Michael A. Wermuth 외

file:///C:/Users/happy/Downloads/RAND_RR304.pdf


** 커버사진은 아래 사이트에서 발췌했습니다.

https://intpolicydigest.org/2017/03/13/nafta-the-state-department-and-usaid-what-the-trump-admin-needs-to-learn-about-soft-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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