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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Mar 10. 2022

자가격리 4일. 똥 싸는 법을 잊다


결국 오미크론은 피하지 못했다.


기상, 환기, 세수, 소금물, 아침식사, 설거지와 투약, 주식과 뉴스 체크, 수면, 점심식사, 환기, 설거지와 투약, 넷플릭스와 SNS, 수면, 저녁식사, 환기, 설거지와 투약, 멍 때리다 수면... 을 매일 반복하며 코로나19 자가격리 4일째에 접어들었다.


루틴을 돌아보니 이상하게도 대변 활동이 없었다. 매일 아침 쾌변이 몇 안되는 내 장점이었는데 그게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거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변기에 앉아있었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다시 장 운동이 시작됐다.


이건 소름 돋는 발견이었다. 똥 싸는 법을 잊다니... 그도 그럴 법한게 코로나 3일째까지는 계속 비몽사몽이었다. 뭔가를 생각으로 포착하면 그것이 꿈으로 펼쳐졌다. 이를테면 '토끼'를 생각한 순간, 토끼가 깡총깡총 숲으로 뛰어들며 꿈이 전개되는 거다. 이런 비몽사몽이 3일간 이어지는데 3일째 밤이 절정이었다. 그 꿈이 너무나 얕고 선명하게 전개되어 10분 20분마다 깨곤 했다. 그러면서 목은 벌에 쏘인 것 마냥 땡땡 부어올랐다.


똥을 싸고나서 침대가 아닌 바닥에 앉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을 느끼며 푹신한 침대를 바라보았다. 간디 형님이 그랬다. "침대에 있는 시간은 죽어 있는 시간이다." 실로 침대에 있었던 지난 3일은 죽어 있는 시간이었다.


문득 나는 델타 변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의 공포가 상상됐다. 치사량 높은 이전 코로나19 변이에 걸린 환자들은 중증환자 병동에 누워 산소호흡기와 의료기기에 둘러쌓인채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공포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그리고 이런 생각은 자연히 건강하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예전에 무릎 수술을 하고 2개월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 새벽 라디오 방송에 이끌려 유서를 쓴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이라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감사를 전했다. 그 때는 심플했다. 일하기 전이었고 홀홀 단신이었으니까.


20년만에 자가격리를 통해 다시 죽음을 바라본다. 예전만큼 심플하진 않다. 직장에 일에 벌이에 가족에... 하지만 죽음은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심플하게 해봐."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장기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그러니까 똥 싸는 것처럼 심플하게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싶다. 침대에 누워 약에 의존해 비몽사몽하며 똥 싸는  법도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지 않고. 마음껏 걷고, 마음껏 먹고 싸고, 마음껏 웃고 울다가, 명을 다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싶다.



꼬맹이의 행복 명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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