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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Mar 11. 2022

커뮤니케이션은 '배경'을 짓는 일


코로나19가 3년째에 접어드는 해, 세번째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과정 속에서 제 커리어는 PR, 홍보, 대외협력을 거쳐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재밌습니다. 더 있어보이는 커리어를 가지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클래식한 커리어로 돌아갔으니까요.


NGO에서의 마지막 시간은 마케팅과 브랜딩의 홍수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존재 의의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동료들은 옆구리를 찌르며  "이제 마케팅해" 말하기도 했지만, 저는 마케팅의 시대에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만 같습니다.




배경


홍보는 자신의 메시지를 계속 쏘아올립니다. 세상에 계속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외로운 작업입니다.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싶은 몸짓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단체가 잘 받아들여질 수 엤도록 '배경'짓습니다. 인물(who)과 사건(what)이 활약할 수 있는 시공간적인 배경(when, where)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는 좀더 넓게 의미적 '맥락 context' 설계(why, how)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과 사건은 우리 단체만의 요소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큰 배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작은 배경으로는 동네 이야기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큰 배경을 만들려면 더 많은 인물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내부 구성원은 물론 외부의 큰 인물들도 만나고, 초대하고, 함께 사건을 벌여야 합니다.


일련의 작업이 시간이 쌓이면 '배경 연대'가 형성됩니다. 이는 안도현 작가의 <연어> 명대사와도 같습니다. 저 분들이 우리의 배경이 되어 주었듯이, 기꺼이 우리 또한 그 분들의 배경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큰 배경을 함께 구상하고 만드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피드백


그렇다면 배경을 엮는 작업의 성과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저는 크게 두 가지로 바라봅니다. 첫째는 협업하는 파트너가 달라집니다. 정부 부처나 민간 기구의 비공개 세미나에 초청받고, 국제 기구나 언론과 대등한 파트너로 머리를 맞대게 됩니다. 그것은 행사, 기사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회의체 및 네트워크 참여 증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둘째는 직원들의 자부심입니다. 직원들이 단체 관련 활동이나 소식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기 시작합니다. 좋은 '배경'은 직원들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를 쉽게 소개하고, 주변의 인정과 신뢰를 높입니다. 그러면 직원들의 제안과 소통도 더 활발해집니다.


두 피드백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인물과 사건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새로운 제안과 협업은 배경을 확장시킵니다. 단체의 사업에 한정되었던 배경은 어느 순간부터 정책 환경이나 대중 교육으로 더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배경이 새로운 배경을 낳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Excommunicate는 추방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디로부터의 추방일까요? 단어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공동체(community)로부터의 추방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하는 '소통'은 결국 동질성을 가진 커뮤니티를 지키며 성장시키기 위한 작업입니다. 바꿔 말하면 커뮤니티가 없는 곳에서 애당초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다양성과 자율성이 핵심입니다. 때문에 정부나 기업보다는 시민이나 비영리 섹터에서 주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팬덤 현상을 분석한 차우진 님은 커뮤니티를 "함께 성장하는 곳"으로 정의했습니다. 멋진 정의입니다.


어쩌면 커뮤니티란 같은 배경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는 일련의 작업이 아닐까요? 단체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만들어가고, 변화의 증거를 수집해 공유하며, 더 나은 발상과 접근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활동들의 연속인 셈입니다.


다음 직장에서 좀 더 고민하며 적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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