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리운 여름이었다.(2022.8.29)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오늘은 정말 붕붕 울리는 브런치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구구절절 나는 그동안도 바쁘게 살았다.
박물관 계약직 아줌마가 아들 둘을 키우며 철없는 남편에 말많은 시어머님과 잘 살아보려면 정신도 몸도 건강해야 살지 않겠나.
그런데 8월, 그 더운 여름에 개학을 딱 일주일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볼까 고민하던차에 코로나에 걸렸다. 나는 뭐 홍보담당이라 일주일을 제껴도 박물관에 큰 탈이 나지 않는다. 정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코로나에 걸린 우리 아들내미들. 그리고 온식구가 코로나에 걸리니. 이건 뭐 환자 천국.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비상이다. 상황은 비상인데 모두가 아프니 누가 누굴 걱정하랴. 열이 40도 오르고 정신은 없고. 목은 찢어질것 같고 입맛도 없고. 말그대로 시체마냥 누워만 지냈다. 3일을 앓아 누우니 아이들이 점점 생기를 찾는다. 문제는 회복력이 어른이 늦다. 영 컨디션 별로인채로 가래 기침을 얼마나 토해냈는지. 기분 나쁜 감기에 아주 지독하게 걸려버린 느낌이었다.
코로나 마냥 싱숭생숭한 이 박물관의 분위기도 나의 컨디션에 한몫한다. 처음 박물관에 들어왔을때 딱 첫 느낌!<어째...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무서운건 촉이다. 갈등이 심화될수록 내촉이 너무 잘 맞았구나 싶은 것이다.
관장님. 실장님. 학예사님의 엄청난 갈등 속에 계약직인 나는 눈치보느라 아주 머리가 아프다. 누구의 편을 들고 싶지 도 않고, 각각의 입장을 듣는데, 뒷골이 땡긴다. 갈등이 없을수 없다. 분명히 생긴다. 그런데 마음이 상하는게 문제다. 마음이 상해서 그전에 잘 지내오던 시간마저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게 속상했다. 실장님도 애쓰시고 학예사 선생님도 애쓰시는데 왜 굳이 서로 날 선 감정으로 업무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제일 고생 많이 하는 사람끼리 싸운다. 일도 안하는 사람은 싸우는 일도 없다. 일을 안하니까. 업무에 대해 지적해도 반영을 안하니까 포기하는거다.
하. 아줌마가 듣자니 사실 둘 다 너무 감정적으로 욱했다.
정당함을 자꾸 내세우는데, 뭐 각자 입장에서 안 정당한 사람이 어디있나. 그놈의 정당함 때문에 우리나라 개판되었는데. 어차피 일할거면, 업무적으로 지라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어느 한편이 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일할거면. 감정적으로 날 서 봐야 득볼게 하나없다. 정말. 괜히 사람만 잃고 만다.
나는 이 편도 저 편도 들지 못하고 마음만 안타깝다. 그저 기도할 뿐. 잘 화해하시길. 주말 내내 누구 하나 관둘까봐 걱정되었다. 짧은 기간 참 좋은 사람들 만났다 생각했는데, 두 분은 싫겠지만 나는 박물관을 위해서라면 성향이 서로 맞지 않는 두 분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각각 필요한 인재같아 보여서다. 계약직 주제에 할 말은 아닐 수 있겠다만, 내 마음에는 다 만난 이유가 있다 싶었다.
도대체 하루가, 1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열심히 살았다. 뜨거운 여름내내 한없이 달린 나만 아는 내 자신을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걱정보다는 기쁘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살자! 내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