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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Feb 15. 2023

<사랑의 이해>가 끝났다(2023.02.14)

마음이 또 출렁거렸다

아줌마가 주책맞게 이런 거 보며 출렁거린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대사가 마음에 남는지.


<미워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면 이해 안 되는 대로.. 난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영이 아빠가 수영이에게 바람났던 엄마와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영은 아빠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수영의 삶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후, 수영과 상수가 4년 뒤에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고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았겠죠? 어느 맞벌이 부부처럼 아침마다 누가 애기 데려다주느냐고 싸우기도 하겠죠? 싸우다가 이혼도 하려나?>

<꼭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더라.. 싸우다가 화해하고 다시 살고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도 뭐 특별한 건 없네요..>

<그런 게 사랑 아닌가.. 별 거 아닌걸 함께 하는 거..>


상수의 말에 수영의 눈빛이 흔들린다.


나는 사랑의 힘을 더 이상 믿는 나이는 아니다. 사실, 나는 이혼을 오히려 더 견고히 생각하며, 결혼생활을 한다. 그런데 상수의 말이 어떤 말보다 와닿는다. 그 말 때문에 마음에 안정이 될 정도로. 나는 얼마나 내 삶이 특별하길 바랐던가? 특별한 사랑. 특별한 가정생활. 특별한 자녀양육. 특별한 남편. 수영의 말처럼 내 삶이 너무 별거 없어서 늘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지치고... 그런데 상수의 말이 얼마나 이런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지 모른다. 그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국한시키면 아쉽다.


별거 아닌 걸 함께 하는 거.

수영이의 아버지처럼 파국을 집안에서 날마다 맞이하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면, 두려울 것이 없겠구나 싶었다. 존재의 힘을 믿는 사람인 거다. 성경말씀에 <함께 즐거워하는 자와 즐거워하고, 함께 우는 자와 울라>라는 말이 있다. 말씀에서는 타인에 의해 나도 같은 반응을 해야 한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즐겁지 않을 때가 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내 마음이 같은 마음 아니더라도, 이해되지 않더라도 <있음>이라는 존재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나는 존재의 힘을 믿고 살고 싶다. 나를 보면 한없이 무너지고, 좌절하고, 담배까지 피우게 된 수영이를 깊이 이해할 정도로 달려가 입에 담배 넣고 싶은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냥 나, 남편, 큰아이, 작은아이, 어머님 존재의 힘을 믿고 싶다. 사랑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마다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 깊이 생각하고 싶다. 별거 아닌걸 우리는 함께 하는 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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